개[犬 또는 狗]에 관한 속담 - 상편
[2004년 1월 23일 작성]
우리말에 '개'라는 낱말이 붙은 놈 치고 뜻이 좋은 것들이 별로 없습니다. 욕에 들어가는 것은 물론이고 일반적인 명사에 접두사 비슷하게 붙은 것들도 그러합니다. 살구보다 못한 것이 개살구, 잡종 중에서도 더 잡스러운 것이 개잡종, 무시하는 것도 모자랄 때 개무시, 개뿔, 개지랄, 개망신 등등등... 인간과 가장 친근한 동물이면서도 그야말로 개무시를 당하는 개, 이 개가 들어간 속담들에서도 개는 역시 개무시를 당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친애하는 개에 관한 속담 중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들을 중심으로 몇 개(個) 소개해보겠습니다.
▷ 개가 겨를 먹다가 말경 쌀을 먹는다
나쁜 짓을 조금씩 조금씩 하다가 재미가 붙으면 점점 더 크게 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싹수머리가 없는 아이들을 나무랄 때 적절히 써먹을 수 있겠지요. '말경'은 '끝무렵에는'이라는 뜻입니다.
▷ 개하고 똥 다투랴
도무지 상대도 안되는 사람하고 다투거나, 그럴 가치도 없는 일로 싸우는 것을 말릴 때 하면 딱 좋습니다. 상대방은 '개'가 되니 듣는 우리편도 기분이 좋겠지요. 써먹을 곳이 아주 많은 속담입니다.
▷ 개 대가리에 관, 개 목에 방울, 개 발에 편자
어울리지도 않게 지나친 장식을 하거나, 귀한 물건을 하찮은 곳에 쓰거나 할 때 사용하면 좋겠습니다.
▷ 개 꼬리 삼 년 두어도 황모 못된다
요거 제가 좋아하는 말입니다. 황모란 족제비의 꼬리털인데 붓을 매는데 쓰는 것입니다. 개꼬리는 영원한 개꼬리라는 것으로, 본디 질이 안좋은 것은 세월이 간다고 나아지지 않는다는 얘기도 되고, 못된 천성은 고치기가 어렵다는 의미로도 많이 쓰이지요. 인간 됨됨이가 글러먹은 사람을 욕할 때 쓰면 아주 좋습니다. '걸레는 빨아도 걸레'와 비슷한데 좀 품위가 있지요.
▷ 개 눈에는 똥만 보인다
이것도 쓰임이 아주 많습니다. 평소에 좋아하던 것이 먼저 눈에 띄는 법이라는 의미로는 좀 적게 쓰이고, 질이 낮은 사람에게는 질이 낮은 것밖에 안보인다는 의미로 주로 쓰입니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더니' 등으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 개도 무는 개를 돌아본다
잠자코 가만히 있는 사람보다는 조르고 귀찮게 하는 사람이 원하는 바를 먼저 얻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 충고를 할 때 적절히 쓰면 됩니다. 제가 엠파스에 갈궈서 홈페이지 등록시킨 것이 좋은 예...
▷ 개똥밭에 이슬 내릴 때가 있다
'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다. 음지가 양지된다' 등과 같은 의미입니다.
▷ 개똥밭에서 인물 난다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과 같은 뜻입니다. 변변하지 못한 환경에서 훌륭한 인물이 나왔을 경우 쓰는 말인데, 가급적 안쓰는 것이 좋습니다. 이유는 그 사람의 집안을 무시하는 것이 되니까요. 즉 당사자가 없을 경우, 그리고 듣는 사람이 이 말을 당사자에게 전할 염려가 없는 경우에만 쓰세요.
▷ 개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 피하지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 피하지'라는 유명한 속담에 '개'를 붙여서 약간의 변화를 준 것이지요. 설명은 불필요하다고 보입니다.
▷ 개를 따라가면 측간으로 간다
못된 사람과 사귀면 끝이 안좋다는 의미겠지요. '근묵자흑, 근주자적'이라는 한자성어 대신 쓰면 좋겠습니다. 측간은 변소라는 건 다 아시지요.
▷ 개 못된 것은 들에 가서 짖는다
집을 지키다가 수상한 사람이 오면 짖는 것이 바람직한 개입니다. 그런데 집은 안지키고 엉뚱한 곳에 가서 멍멍 짖으니 못된 개가 되는 것입니다. 자기 할일도 못하면서 쓸데없는 짓만 하고 다니는 사람을 비꼬아 줄 때 쓰면 제대로 쓰는 것입니다.
▷ 개 새끼는 나는 족족 짖는다
이 속담도 천성은 어찌할 수 없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혹은 안가르쳐주었는데도 못된 짓을 할 때 써먹을 수도 있습니다.
▷ 공부하랬더니 개잡이를 배웠다
이거 참 재미있는 속담입니다. 개를 무시하는 것에서 한발 나아가 개를 잡는 사람도 개무시를 당함을 알 수 있습니다. 아무튼 뜻은 좋은 일을 하라고 권했더니 못된 짓을 배웠다는 것입니다.
벽헌
2008/01/04 01:27
2008/01/04 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