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월 28일 작성]
고사성어 중 우리 언어생활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완벽(完璧)'일 것이다.
'완벽'이 고사성어라고? 라는 의문을 가지는 분이 계실지도 모른다. 이는 그만큼 완벽이라는 고사성어가 많이 쓰인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게다가 완벽은 '하다'가 붙어 형용사가 되기도 한다. 이는 매우 드문 경우다. '완벽'은 거의 일반적인 낱말이 되어버린 것이다.
일반적으로 '고사'는 배경이 되는 이야기가 있고, 한자의 뜻을 새기는 것으로는 그 고사의 의미를 제대로 알 수 없다는 특징이 있다.
앞서 소개했던 '관포지교'를 예로 들자면, 한자의 뜻으로만 새길 경우 '관과 포의 사귐'이 되며, '자신을 알아주는 친구와의 우정'이라는 속뜻은 배경이 되는 이야기를 알아야 이해가 가능한 것이다.
'완벽'도 이 특징에 정확하게 부합된다.
먼저 한자의 뜻으로만 살펴보자. 完은 온전하다는 의미이고 璧은 둥근 옥을 뜻한다. '온전한 둥근 옥' 우리가 알고있는 낱말 '완벽'의 의미, '모자라거나 흠이 없이 완전함'과는 전혀 통하지 않는다.
중국 전국시대 조(趙)나라 혜문왕(惠文王)은 화씨지벽(和氏之璧)이라는 보물을 가지고 있었다. 화씨지벽은 크기가 엄청날 뿐만아니라 흠이 하나도 없다는 둥근옥이다. 당시 막강한 국력을 자랑하던 진(秦)나라 소양왕(昭襄王)은 이 소문을 듣고 화씨지벽을 자기 것으로 할 욕심이 생겼다. 소양왕은 조나라에 사신을 보내 화씨지벽과 성(城) 15개를 맞바꾸자는 제의를 했다. 조나라 혜문왕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옥을 주자니 그냥 꿀꺽 먹어버릴 것이 분명하고, 제의를 거절하면 그것을 트집잡아 쳐들어올 것이고, 진퇴양난이었다.
결국 옥을 빼앗기더라도 제의를 거절할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조나라에 갈 사신을 뽑기로 했다. 대부 벼슬을 하던 목현이라는 자가 자기의 식객인 인상여(藺相如)를 추천하였다.
인상여는 혜문왕에게 불려와서는 '성 15개와 바꾸지 못한다면 옥을 온전히 가지고 돌아오겠다(完璧而歸)'고 큰소리를 치고 마침내 화씨지벽을 품고 진나라로 향했다.
인상여가 화씨지벽을 바치자 진나라 소양왕은 매우 흡족해했는데 예상대로 성과 바꾸어줄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인상여는 '그 옥에는 사실 작은 흠집이 있는데 제게 주면 가르쳐드리지요'라고 말하여 화씨지벽을 돌려받았다. 그리고 기둥 옆에 바싹 다가서서는 '약속대로 15개 성을 넘겨주실 때까지 이 화씨지벽은 제가 갖고 있겠으며, 만약 안된다고 하시면 화씨지벽은 저의 머리와 함께 이 기둥에 부딪쳐 깨지고 말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소양왕은 화씨지벽이 깨질 것을 두려워하여 인상여를 일단 돌려보냈고, 인상여는 수하에게 화씨지벽을 주어 몰래 조나라로 돌아가게 했다. 소양왕은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인상여를 잡아 죽이고자 했으나 세상에 신의가 없고 속좁은 인간이라는 비난을 받을 것이 염려스러워 결국 인상여를 그냥 놓아주고 말았다.
인상여는 호언장담한대로 옥을 온전히 하여[完璧] 조나라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인상여는 이 공로로 상대부(上大夫) 벼슬을 받게 되었다.
출전 : 사마천의 사기(史記) 중 인상여열전(藺相如列傳)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