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2월 17일 작성]
오랜만에 고사성어 하나 소개합니다.
수주대토(守株待兎)라는 고사인데, 먼저 한자 각각의 뜻부터 보겠습니다.
守(지킬 수) 株(그루터기 주) 待(기다릴 대) 兎(토끼 토)
한자대로 풀이를 해보면 '그루터기를 지키며 토끼를 기다린다'가 됩니다. 고사는 한자의 뜻풀이만으로는 가지고 있는 의미를 알 수 없는 특징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배경이 되는 이야기를 알아야 속 뜻과 어떻게 쓰이는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제 배경 이야기를 알아볼 차례입니다.
송(宋)나라의 한 농부가 밭을 갈고 있었는데, 갑자기 토끼 한 마리가 뛰어와서 밭 가운데 있는 나무 그루터기에 머리를 부딪치더니 목이 부러져 죽는 것이었습니다. 토끼 한 마리를 공짜로 잡은 그 농부는 농사를 짓기보다 토끼를 잡는 것이 더 이익이라고 생각하고서 농사를 때려치우고 매일 밭두둑에 앉아서 그루터기를 지키며 토끼가 다시 부딪치기를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토끼는 그곳에 다시 나타나지 않았으며 결국 그 농부는 나라 전체의 웃음거리가 되었다고합니다.
출전은 한비자(韓非子)입니다.
법가(法家)의 학자인 한비자는 이 이야기를 예로 들면서, 유가(儒家)에서 내세우는 왕도정치는 마치 그루터기를 지키며 토끼를 기다리듯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하였습니다. 시대가 변화한 것을 알지 못하고 구습과 전례만 고집스럽게 지킨다는 것이지요.
이 유래에서 '수주대토'는 낡은 관습을 버리지 못하고 새로운 시대에 적응을 못하는 사상이나 사람을 뜻하는 고사성어로 쓰이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위 유래에서 송나라는 원(元)나라에 멸망한 통일왕조인 송나라가 아니고, 전국 시대의 한 제후국을 이릅니다.
그런데 요즈음 이 '수주대토'는 '노력은 하지 않고 이익을 얻으려는 사람이나 행동'을 뜻하는 말로도 쓰이는 듯합니다. 한비자의 비유와는 맞지 않는 이야기지만, 농부의 행동을 노력하지 않고 이익을 얻으려는 것으로도 볼 수 있지요. 아마도 그래서 두번째의 뜻이 생긴 모양입니다.
그러나 '수주대토'의 정확한 의미는 앞서 말했듯이 '낡은 관습에 얽매어서 새로운 시대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주위에 수주대토를 하고있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지요? 대표적인 수주대토형 인간이라면 자신들은 보수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 실상은 진정한 의미의 보수도 되지 못하는 수구꼴통들을 들 수 있겠습니다. 굳이 그 양반들의 이름자를 말할 필요는 없겠지요? 뉴스에 뻔질나게 등장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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