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원(移家怨) - 이달(李達) 작 한시 & 한문  

2008/01/04 15:09
2004년 6월 29일 작성]

             -  移 家 怨  -
               집 떠나 헤메는 원망


老翁負鼎林間去     할아비는 솥을 지고 숲속으로 가는데
(노옹부정림간거)

老婦携兒不得隨     할미는 아이 끌고 따르지를 못하누나
(노부휴아부득수)

逢人却說移家苦     사람만 만나면 집 떠난 괴로움 하소연하기를
(봉인각설이가고)

六載從軍父子離     여섯 해를 종군하느라 부자간도 헤어졌다오
(육재종군부자리)



조선 최고의 시인 중 하나인 손곡 이달 선생의 작품 하나 골랐습니다.

장정인 아들은 육년째 군역에 나가서 돌아오지 못하고, 집에 일을 할 사람이 없으니 솥 하나 등에 지고 떠도는 유민의 신세가 된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노인은 솥을 지고 숲속 길로 막 들어섰는데, 노파는 더 기력이 없어서 그런지 칭얼대는 아이를 데리고 가느라 그런지 뒤에 쳐져서 따르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다가는 남은 가족들마저 헤어지는 것이 아닐런지 불길한 느낌까지 듭니다. 길에서 우연히 사람들과 만나기만 하면 자기의 처지를 하소연하는 것은 힘들고 괴로운 심사를 그렇게 해서라도 좀 풀어보려는 것일까요, 아니면 동정을 구하는 것일까요. 어쩐지 먹을 것이라도 구걸하려는 생각같기도 합니다. 어린애가 있으니 어미도 있어야 정상일텐데, 도대체 아이 엄마는 어디로 간 것일까요. 저렇게 떠돌다가 두 노인이 세상을 등지게되면 저 아이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그때나 지금이나 힘없는 사람들 살아가기는 참으로 팍팍한 세상입니다.


작자의 제자인 허균이 '학산초담(鶴山樵談)'이라는 책에서 이 시를 평하기를 '번거롭고 무거운 부역으로 제대로 살지 못하고 흩어져 헤매는 백성들의 괴로운 모습을 이 한편의 시에 모두 실었다'고 했습니다. 또 '글을 지으면서도 세상의 가르침에서 벗어난다면, 또한 헛되게 글을 짓는 것이다'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참으로 적절한 평인 듯합니다.

2008/01/04 15:09 2008/01/04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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