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1일 작성]
- 月下獨酌 -
달 아래서 혼자 술마시다
花間一壺酒 꽃 사이에 술 한 동이
(화간일호주)
獨酌無相親 친한 이 없이 혼자 마신다
(독작무상친)
擧杯邀明月 잔 들어 밝을 달을 초대하고
(거배요명월)
對影成三人 그림자 마주하니 세 사람이 되었구나
(대영성삼인)
月旣不解飮 달은 술을 마실 줄 모르고
(월기불해음)
影徒隨我身 그림자는 헛되이 나를 따라다니네
(영도수아신)
暫伴月將影 잠시 달과 벗하고 그림자 거느리고
(잠반월장영)
行樂須及春 즐거움 누림은 모름지기 봄에 이르러야
(행락수급춘)
我歌月徘徊 내가 노래하니 달도 왔다갔다
(아가월배회)
我舞影零亂 내가 춤추니 그림자도 덩실덩실
(아무영령난)
醒時同交歡 정신있을 때에는 함께 기쁨을 나누고
(성시동교환)
醉后各分散 취한 뒤에는 각자 흩어지리라
(취후각분산)
永結無情游 영원히 정에 매이지 않는 사귐을 맺어
(영결무정유)
相期邈雲漢 아득한 은하수에서 만나기를 기약하세
(상기막운한)
이백의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한시를 통틀어서 가장 많이 알려진 작품 열을 꼽아도 이 작품은 반드시 들어갈 것입니다. 읽어보면 '과연'이라는 감탄이 저절로 나오지요.
앞서 소개드린 이규보의 시는 달빛을 탐낸 스님의 이야기였다면, 이 시는 달과 함께 어울려 술을 마시는 풍류를 읊었다고 하겠습니다. 꽃 사이에 술 한 동이 놓고서 혼자 술을 마시기 시작합니다. 먼저 술잔을 들어서 달을 초대하고, 달빛이 비추어 그림자가 생기니 작자와 더불어 셋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달은 술을 마시지 못하고 그림자는 그저 따라만 다니니 작자 혼자 마시는 수밖에 없군요. 그래도 작자는 즐겁기만한 모양이며, 이런 흥취는 봄이라야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취기가 적당히 올라 노래를 부르니 마치 달도 왔다갔다 배회하는 듯하고, 춤을 추니 그림자도 똑같이 덩실덩실 춤을 춥니다. 절묘한 표현이지요. 아직 술이 덜 취했을 때에는 이렇게 함께 즐기지만, 작자가 술에 만취하여 곯아떨어지면 저절로 나뉘어 흩어질 것입니다. 달과 그림자와 벗이 되면 이렇듯 정에 얽매이지 않는 사귐이 가능하겠지요. 마지막 구절의 의미는 각자 생각해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외롭다느니 고독하다느니 하는 감정은 살다보면 누구나 느끼는 것일텐데, 이백 역시 예외는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괴로워하고 슬퍼하는 대신에 달과 그림자를 벗삼아 흥겹게 노닙니다. 이 정도면 고독을 즐긴다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어찌보면 정 때문에 오죽 마음이 상했으면 정에 매이지 않는 교유를 바라는 것일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감정이 풍부한 사람이 아니라면 이런 시를 지을 수 없음은 자명한 사실이고, 결국 이백은 인정에 상처받는 것을 두려워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 몽환적인 아름다움을 느끼면서도 읽다보면 처연하고 쓸쓸한 기분이 드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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