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3일 작성]


         - 逍遙詠 -
           소요를 노래함

亦莫戀此身     또한 이 몸을 연모하지 말고
(역막련차신)
亦莫厭此身     또한 이 몸을 싫다하지 말게나
(역막염차신)
此身何足戀     이 몸을 어찌 연모하리오
(차신하족련)
萬劫煩惱根     만겁 번뇌의 뿌리일 뿐인데
(만겁번뇌근)
此身何足厭     이 몸을 어찌 싫어하리오
(차신하족염)
一聚虛空塵     한 번 모인 허공의 티끌일 뿐인데
(일취허공진)
無戀亦無厭     연모함도 없고 싫어함도 없어야
(무련역무염)
始是逍遙人     비로소 자유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네
(시시소요인)



당나라의 시인 백거이의 작품입니다. 소요(逍遙)란 사전에서는 '마음내키는 대로 슬슬 거닐며 다님'이라고 풀이하고 있는데, 여기서는 '얽매이는 것 없이 자유로운 상태'로 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이 작품은 '소요'하려면 어떤 마음가짐이어야 한다는 것을 읊은 것인데,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들려주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겠지요. 사모할 련(戀)과 싫을 염(厭) 두 글자가 키워드가 되는 셈인데, 번역은 각기 '연모하다'와 '싫어하다'라고 했지만 뜻이 충분히 전달되지는 않은 듯합니다. 련(戀)은 아끼고 위하고 사랑하는 등등의 의미이고, 염(厭)은 싫어하고 지겨워하고 미워하는 등등의 의미일 것입니다. 지나친 자기애와 자기비하로 보아도 그럴듯하겠지요.

아무튼 백거이의 작품 답게 비교적 쉽게 읽히면서도 뜻은 깊습니다. 읽는 사람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것도 차이가 꽤 있을 듯하고요. 저는 집착을 버린다는 뜻으로 읽었습니다. 여러분들께서도 각기 느껴보시면 좋겠네요. '소요'를 원하지 않으신다면 그저 넘기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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