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9일 작성]
- 寓 興 -
願言扃利門 바라노니, 이익의 문을 막고
(원언경리문)
不使損遺體 받은 몸 상하지 않기를
(불사손유체)
爭奈探珠者 어찌 말리리오, 진주 찾는 사람이
(쟁내탐주자)
輕生入海底 삶을 가벼이 보고 바닷속에 드는 것을
(경생입해저)
身榮塵易染 몸이 영화로우면 먼지에 물들기 쉽고
(신영진역염)
心垢非難洗 마음의 때는 물로 씻기 어려운 법
(심구비난세)
澹泊與誰論 담박을 누구와 논할 것인가
(담박여수론)
世路嗜甘醴 이 세상에선 단술만 좋아하거늘
(세로기감례)
최치원이 우리들에게 충고를 하는 듯합니다. 이익을 탐하다가 부모에게서 받은 몸뚱아리를 상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운을 떼었지요. 그러나 욕심을 가지고서 무슨 짓이든 하려고드는 사람은 말릴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지 않기를 바라기는 하지만 말릴 수는 없다는 것이겠습니다. 쟁(爭)은 보통 '싸우다, 다투다'라는 뜻으로 많이 쓰이지만 '간하다, 말리다' 등의 뜻도 가지고 있는데, 여기서는 아무래도 '말리다'로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합니다. 영화로우면 더러워지기도 쉽고, 마음에 묻은 때는 물로 씻어낼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겠지만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누구든 잊거나 모른체하기 쉬운 일이겠지요. 그리고 이 세상에는 입에 맞고 좋은 것, 즉 이익만을 탐하는 풍조가 만연해있으니 함께 담박함을 논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는 한탄으로 맺었습니다. 이거 요즘은 더 심하지요. 입으로는 담박을 이야기하면서도 실제로는 부귀를 탐하는 인간들도 없지는 않겠고, 현재는 담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훗날 이익을 만나게 되면 표변하게될 사람들도 역시 없지는 않을 듯합니다. 멀쩡해보이던 사람들이 정치판에 나가거나 조금 출세를 하게되면 태도가 백팔십도 바뀌는 모습이야 뭐 흔하게 보이는 것이고요. 젊어서는 올바른 소리만 하지만 몇년 후 기성세대가 되면 인지상정이라는 말로 자기합리화를 하는 친구들도 하나둘은 아닐 것입니다. '이익을 보면 의로움을 생각하라(見利思義)'라는 말도 있는데, 보통 사람이 지켜내기는 참으로 어려운 노릇인 듯합니다. 그러니 조금 양보해서, 그냥 솔직하게 이익을 원한다고 말하라는 정도로 물러날까요. 그런데 요즘 세상에선 이 정도 하기도 그다지 쉽지는 않은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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