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8월 24일 작성]


          - 書  感 -
             감회를 적음

歲月日以往     세월은 날로 흘러만가고
(세월일이왕)
時序忽已暮     시절도 홀연히 저물어간다
(시서홀이모)
我懷自憭慄      내 마음 저절로 구슬프구나
(아회자료률)
中宵聽秋雨     깊은 밤 가을비 소리 들리니
(중소청추우)
凄凄襲深林     처연하게 깊은 숲만 적시고
(처처습심림)
蕭灑不入土     시원하게 땅에 스며들지는 않는구나
(소쇄부입토)
沈思集百感     생각에 빠지니 온갖 감회가 모여들어
(침사집백감)
撫襟惟三歎     가슴을 만지며 자꾸 탄식만 한다
(무금유삼탄)
平生四海志     평생 너른 뜻을 품고서
(평생사해지)
十載文字間     십년간 글 읽으며 보냈는데
(십재문자간)
發憤無所成     한껏 노력했으나 이룬 것은 없으니
(발분무소성)
逝將招吾魂     죽어서 내 넋이나 불러보리라
(서장초오혼)


백호집(白湖集)을 뒤적뒤적거리다가 이 시를 보았습니다.
천하의 풍류남아요 기개가 하늘을 찌르던 임제도 가을을 탔던 모양입니다. 저는 계절이 바뀌거나 날씨에 따라서 감정이 오락가락하는 편은 아닌데, 이 작품을 읽으니 가을을 타고 싶다는 엉뚱한 생각이 고개를 쳐드는군요. 웅대한 뜻을 품은 것도 아니고, 발분망식(發憤忘食)하며 노력하지도 않았으면서, 게다가 임제만한 그릇도 못되는 주제인데 그저 그 감상만 따라하고 싶으니...
아무튼 가슴 한구석이 텅 비어버리는 느낌을 주네요.


沈思集百感, 撫襟惟三歎.

이 구절이 특히 마음에 와닿습니다. 사념에 빠지면 갖가지 감회가 꼬리를 물고 떠오르게 마련이고, 그 결과는 탄식일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세상살이라는 것이 그렇게 되어있는 듯하네요. 생각을 안하고 단순하게 살면 또 모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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