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9월 3일 작성]
- 夜 坐 -
밤에 앉아서
華月已吐嶺 꽃다운 달은 이미 고개 위에 나왔고
(화월이토령)
凉風微動帷 서늘한 바람은 살며시 휘장을 흔든다
(량풍미동유)
忽忽感時序 홀연히 시간의 차례를 느끼니
(홀홀감시서)
悠悠增我思 아득히 나의 생각만 많아지누나
(유유증아사)
송강(松江)이라는 호를 쓰는 정철의 작품입니다. 관동별곡, 사미인곡 등 가사 작품이 유명하고, 시조 작품도 많이 알려져있는 분이지요. 문장에 재능이 뛰어났던 양반이니 한시 작품 중에도 좋은 것이 참 많습니다. 소개드린 작품은 특별히 가을날 밤이라는 말은 없지만, 서늘한 바람 운운한 것을 미루어보면 가을 밤에 지은 것이 맞을 듯합니다. 시절을 느끼는 자연 현상은 예나 지금이나 그다지 다를 것 같지 않거든요.
작자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밤에 홀로 앉아있다가 고개 위에 걸린 달을 바라보고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느끼는 순간 계절이 바뀐 것을 깨달았던 모양입니다. 봄이 지나면 여름이 오고, 여름 다음에는 가을이 오게 되어있는 것. 이것이 시간의 질서(차례)지요. 그리고 좀 확대해석을 하자면 변하지 않는 우주의 법칙이기도 하겠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 당연히 이런저런 사념이 많아지는 법이겠지요. 나는 누구인가, 삶이란 무엇인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기타 등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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