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4월 20일 작성]
- 卽 事 -
白鷺眠沙際 백로는 모랫벌 가에 잠자고
(백로면사제)
游魚戲碧波 노니는 물고기는 푸른 물결 희롱한다
(유어희벽파)
貪看仍久坐 한참동안 앉아서 욕심껏 보노라니
(탐간잉구좌)
斜日在山坡 지는 해가 산 언덕에 닿아있구나
(사일재산파)
박인로의 자는 덕옹(德翁), 호는 노계(蘆溪)입니다. 임진왜란 때에 공훈을 세웠고, 전쟁이 끝난 후 무과에 급제하여 무관으로 관직에 나갔고, 나이 들어 퇴임한 이후에는 문장에 전념하여 수많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시조와 가사 작품에 널리 알려진 것들이 많지요. 문무겸전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소개드린 작품은 간결하면서도 그윽한 풍취가 느껴집니다. 백로가 한가로이 잠들어있고 물고기들이 이리저리 노니는 강변 풍경을 바라보다가 그 자연미에 흠뻑 빠져들어 시간가는 줄도 몰랐다는 내용이지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마치 동양화 한 폭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드는군요.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은 부지기수로 많지만 사람이 만들어낸 것들은 아무래도 자연 그 자체의 아름다움에는 비할 수 없는 듯합니다. 멋들어진 풍경을 만나 넋을 잃고 바라보던 경험은 아마도 다들 갖고 계시겠지요. 그런데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은 노계 선생처럼 온종일 경치 구경을 할 여유를 갖기는 어려운 듯합니다. 여행 중에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더라도 시간과 일정에 쫓겨 곧 자리를 뜨게되지요. 세상이 발전하고 살기가 편해진만큼 잃은 것도 많다는 생각을 다시금 해봅니다.
아무튼 이 작품을 읽다보니 어디 경치 좋은 곳에 가서 눈 호강 좀 시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새록새록 드네요. 한창 물이 오른 요즈음이 그야말로 호시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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