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덕산계정주(題德山溪亭柱) - 조식(曺植) 작 한시 & 한문  

2008/01/04 15:27

[2005년 5월 30일 작성]


         -  題德山溪亭柱  -
     덕산 개울의 정자 기둥에 적다
 

請看千石鍾   천석들이 종을 한번 보게나
(청간천석종)

非大扣無聲   크게 두드리지 않으면 소리도 나지 않으리
(비대구무성)

爭似頭流山   하지만, 두류산과 견주어 보자면
(쟁사두류산)

天鳴猶不鳴   하늘이 울려도 소리나지 않으리
(천명유불명)


조선 시대 선비들 중에서 별다른 벼슬도 하지 않았는데도 당시는 물론 후대에까지 이름이 널리 알려진 분들이 더러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분을 한 사람만 뽑자면 아마도 남명 조식 선생이 아닐까합니다. 평생 벼슬자리에 나아가지 않고 학문을 닦고 후진 양성에 힘을 다하였는데, 학문의 깊이는 물론이거니와 행실이나 성품의 단아함도 단연 으뜸의 자리를 차지할만한 양반이지요. 흔히 대쪽 같은 선비라는 말들을 하는데, 바로 남명 선생이 그 표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명성이 하도 쟁쟁하여 조정의 권신들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었다고 합니다. 벽초 홍명희 선생의 소설 임꺽정에도 명종 임금 당시 수렴첨정을 하던 문정왕후의 동생 윤원형이 하늘의 새도 떨어트릴 정도의 막강한 권세를 휘두르며 못하는 짓이 없었는데, 남명 선생에게만은 손을 대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나오지요. 윤원형의 하인이 주인을 믿고 까불다가 어느 양반에게 혼쭐이 나고서는 주인에게 하소연을 하지만, 윤원형도 그 양반이 남명 선생이라는 것을 알고서는 그저 손을 놓아버렸다던가요..
작자에 관한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소개드린 작품 지리산 아래 덕산이라는 곳에 있는 정자의 기둥에 적은 시입니다. 덕산은 지금의 경상남도 산청군이고요, 본문에 나오는 '두류산'이 바로 지리산입니다.

커다란 종은 자그마한 것으로 두들겨서는 소리도 나지 않겠지요. 그 크기에 걸맞는 큼직한 당목 (撞木)으로 쳐야 비로소 우렁차게 울릴 것입니다. 뛰어난 인재를 부리려면 부리는 사람의 국량 또한 그에 걸맞는 크기라야 한다는 의미라고 여겨집니다. 아니면 그릇이 큰 사람은 쉽게 다스릴 수 없다는 뜻으로도 보입니다.

그런데 가끔은 너무도 거대해서 아무도 능히 다룰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작자는 지리산을 그와 같은 경우에 비교한 듯합니다. 하늘이 울려도 소리를 내지 않는다. 참으로 웅장하고도 장대한 스케일입니다. 남명 선생의 인품으로 미루어 보건대 자신을 지리산과 같이 거대한 존재라고 자부한 것은 아니리라 생각됩니다. 겸손함은 선비가 마땅히 갖추어야할 덕목. 아마도 남명 선생은 지리산과 같은 커다란 기상을 닮고자 하였고, 그런 마음가짐에서 이 작품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2008/01/04 15:27 2008/01/04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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