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6월 16일 작성]
- 山 行 -
산길을 가며
十里無人響 십리에 인기척 없고
(십리무인향)
山空春鳥啼 빈 산엔 봄새만 운다
(산공춘조제)
逢僧問前路 중을 만나 길 물어봤으나
(봉승문전로)
僧去路還迷 중 떠나니 다시 헷갈리는군
(승거로환미)
강백년(姜柏年)은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자는 숙구(叔久),호는 설봉(雪峰)이라 합니다. 살아 생전에 예조판서, 좌찬성 등을 거쳤고, 숙종 때에 영의정에 추증되었습니다. 문명(文名)이 높았고 청렴한 관리로 이름이 났습니다.
소개한 작품은 금강산을 유람하는 도중에 지었다고 합니다. 금강산은 당시에도 빼어난 풍광으로 이름을 날리던 명산이지만 요즘처럼 관광이나 유람이 쉬운 시절이 아니었으니 인적이 드물었던 모양입니다. 아니면 산의 경치에 홀려서 넋을 놓고 오르다보니 점점 무인지경으로 들어서게 되었는지도 모르겠군요. 아무튼 오래도록 인기척을 듣지 못하고 그저 들리는 것은 산새들의 지저귐 뿐입니다. 그러던차에 홀연히 중 한 사람과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금강산에 있던 수많은 암자들 중 한 곳에서 수도하던 불자의 하나였을까요. 아무튼 옳다구나 하고 길을 물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중이 떠나고 나자 다시 헷갈리는 것입니다. 산에 무슨 이정표가 있는 것도 아니고, 굽이마다 골짜기마다 경관이 천변만화로 달라진다는 금강산이니... 간결하고 재미있는 작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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