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후(食後) - 백거이(白居易) 작
[2005년 12월 28일 작성]
- 食 後 -
밥 먹은 다음에
食罷一覺睡 밥 먹고 한 숨 자고서
(식파일각수)
起來兩甌茶 일어나서 차 두 잔 마시고
(기래양구다)
擧頭看日影 머리 들어 해그림자 바라보니
(거두간일영)
已復西南斜 이미 서남쪽으로 기울었구나
(이부서남사)
樂人惜日促 즐거운 사람은 날 짧음을 아쉬워하고
(락인석일촉)
憂人厭年賖 근심하는 사람은 해가 더디 감을 싫어하지만
(우인염년사)
無憂無樂者 근심도 없고 즐거움도 없는 사람은
(무우무락자)
長短任生涯 길건 짧건 그저 살아갈 뿐이지
(장단임생애)
중국 당나라의 대표적 시인 백거이의 작품입니다. 이 양반 시는 대체로 읽기가 수월한 편입니다. 어려운 한자가 많지 않은데다가 지나친 은유나 수식을 하지 않고 평이하게 풀어서 쓴 작품이 많지요. 작자 스스로가 누구에게나 쉽게 읽히는 시를 짓고자 했고, 그래서 생존 당시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의 시를 애송했다고 합니다.
이 작품도 읽기에 수월한 편입니다. 앞의 네 구절은 전형적인 한량의 모습으로도 보이네요. 식사(아마도 점심)를 하고 낮잠 좀 주무신 다음에 일어나서 차 두 잔 마시고나니 벌써 저물녘이라는 얘기죠. 느긋하게 반나절을 보내고서 '시간'에 대해 생각을 해봅니다. 세상살이가 즐거운 사람은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이 아쉽고, 살기가 어려운 사람은 얼른 시간이 흘러 고생에서 벗어나기를 바라죠. 이건 다들 경험상 동감하시리라 믿습니다. 그런데 세상살이가 딱히 즐겁거나 힘들지 않은 사람은 어떠할까요? 작자는 그냥 산다고 하네요. 인생을 길게 보면 그 중 좋을 때도 있고 힘겨울 때도 있으니 우리 모두가 '무우무락자'라는 이야기같기도 합니다.
벽헌
2008/01/04 15:35
2008/01/04 15: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