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영화 50선 - 3
[2005년 6월 23일 작성]
세번째 열 편입니다. 순서는 제작된 연도가 오랜 것 부터..
- 택시 드라이버(Taxi Driver) - 마틴 스콜세즈 1976
베트남 참전 용사인 트래비스(로버트 드니로)는 뉴욕의 야간 택시 운전사, 그의 눈에 비친 세상은 온갖 악이 가득찬 시궁창이며 그 쓰레기를 자신이 청소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있다. 대화도 소통도 없이 방황하던 트래비스는 인디언 전사처럼 머리를 깎고서 악덕 포주를 향해 권총을 난사한다. 드니로의 연기는 트래비스를 위해 태어난 것처럼 여겨질 정도.
- 귀향(Coming Home) - 할 애쉬비 1978
남편을 베트남의 전장으로 떠나보낸 샐리(제인 폰다)는 상이용사들을 수용하는 병원에서 자원 봉사를 하게되는데, 그곳에서 고등학교 동창인 루크(존 보이트)를 만난다. 척추 부상으로 하반신이 마비되어 자포자기하던 루크는 샐리와 가까워지면서 차츰 삶의 의욕을 찾아가고, 반전 운동에 적극 가담하게 된다. 한편 샐리의 남편은 전쟁 후유증으로 정신이 황폐해져서 돌아온다. 전쟁이 가져온 비극과 그 극복을 다룬 반전(反戰)영화의 수작.
- 용감한 변호사(And Justice For All) - 노만 주이슨 1979
법조계의 어두운 뒷면을 다룬 영화로, 알 파치노가 정의감에 불타는 변호사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법조문만을 고집하던 판사가 성폭력으로 고발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범죄자를 변호하고 양심의 가책으로 돌아버리는 변호사, 공정한 판결에 대한 부담감으로 자살 충동을 느끼는 판사 등등의 에피소드가 곁들여져 나온다. 알 파치노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작품.
- 분노의 주먹(Raging Bull) - 마틴 스콜세즈 1980
스콜세즈와 드니로 콤비가 다시 만들어낸 걸작. 미들급 챔피언인 라모타의 흥망성쇠를 다룬 이야기지만, 권투보다는 성격적 결함으로 인하여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마는 인간의 모습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간주곡을 배경으로 깔고 라모타가 링 위에서 몸을 푸는 첫 장면은 저절로 탄성이 나올만큼 멋지다.
-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The Postman Always Rings Twice) - 봅 라펠슨 1981
역마살이 낀 방랑자 프랭크(잭 니콜슨)은 주유소와 식당을 겸한 도로변의 가게에 들렀다가 취직을 제의 받는데, 늙은 주인의 젊은 아내 코라(제시카 랭)의 눈치가 처음부터 심상치 않다. 둘은 곧장 불륜의 관계에 빠지고, 급기야 남편을 살해할 음모를 꾸미게 된다. 제임스 케인이 지은 동명의 추리소설이 원작인데, 1946년에도 같은 이야기가 영화화 되었다.
- 바늘 구멍(Eye Of The Needle) - 리차드 마퀀드 1981
2차 대전 말엽, 바늘구멍이라는 암호명을 가진 독일 스파이 헨리(도널드 서덜랜드)는 독일로 탈출하다가 배가 부서져 영국의 외딴섬으로 들어가게 된다. 등대지기의 부인은 헨리의 정체를 모른채 그의 매력에 사로잡히고, 헨리는 섬을 빠져나가 귀국할 계획에 골몰한다. 켄 폴레트의 소설이 영화보다 더 유명할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원작이 가진 매력과 서스펜스를 잘 살린 스릴러.
- 스카페이스(Scarface) - 브라이언 드팔마 1983
1932년 제작된 작품의 리메이크. 시카고에서 밀주를 밥벌이 수단으로 하는 백인 갱스터의 이야기가 마이애미에서 마약을 주 업종으로 하는 쿠바 출신 범죄자 토니(알 파치노)의 이야기로 바뀌었는데, 두목을 죽이고 자기가 보스가 되는 과정이며 여동생에 대한 과잉 보호 등의 설정은 같다. 거의 세시간에 가까운 긴 영화지만 지루할 틈이 없다.
- 장미의 이름(Le Nom De La Rose) - 쟝 자끄 아노1986
움베르토 에코의 원작 소설에서는 이단 논쟁과 살인 사건이 비슷한 비중으로 다뤄졌다면, 영화에서는 살인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수도사 윌리엄 역의 숀 코네리는 최고의 캐스팅이라는 생각이 들며, 음산하고 기괴한 중세 수도원의 묘사도 참 훌륭하고, 스토리의 전개도 매우 흥미롭다. 단, 영화만 보고서 소설도 본 척하면 곤란하다. 소설은 매우 방대하고 또 아주 매혹적이며, 훨씬 심각하다.
- 밀러스 크로싱(Miller's Crossing) - 조엘 코엔 1990
코엔 형제의 영화는 내게 만화를 보는 듯하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 중절모를 쓴 갱들이 등장하여 쉴새없이 총질을 해대는데 그 장면들은 어딘가 비현실적이고 그래서 코믹하기도 하다. 이탈리아 계와 아일랜드 계가 다투고 있는 틈새에서 주인공 톰(가브리엘 번)이 좌충우돌하는 스토리로 독특한 분위기의 갱스터 영화. 아일랜드 계 보스가 암살자들에 맞서 기관총을 난사하는 장면은 최고로 멋지다.
- 좋은 친구들(Goodfellas) - 마틴 스콜세즈 1990
마틴 스콜세즈와 로버트 드니로, 그리고 조 페시가 다시 뭉쳐서 만든 영화로, 뒷골목 갱들의 세계가 그야말로 리얼하게 펼쳐진다. 배신자의 역할은 레이 리요타가 맡았고, 거의 미친놈에 가까울 정도로 지랄맞은 성격의 깡패를 연기한 조 페시는 아카데미 주연상을 맏았다. 교훈이니 의미 같은 것을 찾으려 애쓰지 말고 그냥 즐기면 더 재미있는 영화.
벽헌
2008/01/06 02:58
2008/01/06 0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