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오후(Dog Day Afternoon)
[2006년 2월 2일 작성]
푹푹 찌는 여름날 오후,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한 은행 지점에 세 명의 무장강도가 들어옵니다. 나름대로 탄탄한 계획을 세웠겠지만 실제 작업은 시작부터 어긋나게 됩니다. 강도 중 하나가 겁이 나서 강도짓 못하겠다며 도망쳐버리거든요. 남은 두 명인 써니(알 파치노)와 샐(존 카잘)은 은행 직원들을 구석에 몰아놓고 지점장을 시켜 금고를 열게 합니다만 남아있는 돈은 몇푼 되지 않습니다. 본점에서 현금을 수거해갔다네요. 써니는 창구에 있는 돈을 주워담고, 장부를 태워버리는데 연기가 환기구를 통해 건물 밖으로 새나갑니다. 이게 화근이 되어서 경찰이 잔뜩 몰려옵니다. 재빨리 치고 빠지려던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단순한 강도 사건은 인질극으로 변해버립니다.
1975년에 시드니 루멧이 감독하여 만든 이 영화는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영화화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은행 강도 이야기지만 스릴러나 액션과는 거리가 한참 멀고, 사회극이나 심리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 구조도 전혀 복잡하지 않습니다. 그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은행 안팎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이것저것 보여줍니다. 전개가 빠르고 에피소드들이 아기자기해서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알 파치노와 존 카잘(대부에서 어리버리한 둘째형으로 나왔던 배우)의 호연도 물론 한몫을 하고요.
이 두명의 강도는 그저 돈이 좀 필요했을 뿐이지 태생적인 악인은 아닌 인물로 그려집니다. 어딘가 좀 모자라고 마음도 약합니다. 이것이 이 영화의 묘미입니다. 그들을 도저히 미워할 수가 없도록 만들거든요. 처음엔 두려워하던 인질들도 이들의 정체를 눈치채고서는 어느 정도 심정적으로 동화되고 협조적으로 변합니다. 모여든 구경꾼들도 써니가 은행 밖에 나와서 한차례 선동질을 하자 그들의 편이 됩니다. 미디어는 물론 사건 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선정적인 방송질을 해댑니다. 경찰들은 우왕좌왕하면서도 강도들을 처치할 모략에 골몰하고요.
소개드리는 동영상은 써니가 은행 밖으로 나와서 경찰과 협상을 하면서 모여든 군중들에게 선동질을 해대는 장면입니다. 중간에 '아티카!, 아티카!'라고 소리를 질러대는데, 그것은 1971년에 아티카 교도소에서 일어난 죄수들의 폭동 사건을 기억하자는 의미입니다. 과잉진압으로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었던 사건이라더군요. 영화의 모티브가 된 실제 사건은 1972년에 일어났다니 모여든 군중들에게 아티카 사건의 기억은 더욱 생생했겠죠. 공권력에 대해 감정이 나빴던 시기이니 군중들의 마음이 써니에게 쉽게 기울 수 있었나봅니다.
젊은 시절 팔팔한 알 파치노의 매력을 느껴보시기를..
벽헌
2008/01/06 03:58
2008/01/06 0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