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7월 1일 작성]
아무리 자주 보아도 익숙해진다거나 면역이 되지 않고 줄기차게 싫은 것들이 있습니다. 지하철에서 아이스크림 들고 뛰어다니는 어린것들도 그렇고, 모모당 대변인 모여사의 얼굴도 그렇고, 뉴스 의견란에 난무하는 저질인 욕지거리도 그렇습니다.
수많은 블로그에 넘쳐나는 다양한 포스트와 덧글에서도 눈에 뜨일 때마다 유난히도 거슬리는 잘못된 쓰임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거슬리는 것은 다음 두 가지.
1. '몇일'
여기에 관해서는 예전에도 한 번 이야기했었습니다.
'며칠'이 맞는 말이고, '몇일'은 완벽하게 틀린 말이거든요. 그런데 많이 틀리는 이유를 곰곰 생각해보니, 그럴싸한 변명거리가 있기는 하더군요. '몇'과 '일'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합성어이고, 우리 문법에서 합성어(둘 이상의 단어가 어울려 만들어진 낱말)는 각각 그 원형을 밝히어 적는다고 규정해 놓았으니, '몇일'이 맞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질문이 가능합니다. 그럴 듯한가요? 그러나 '몇일'은 '몇'과 '일'이 합쳐진 합성어가 아니라고 보는 것이 옳습니다.
합성어에서 뒤에 오는 형태소의 첫소리가 '이'일 경우에는 'ㄴ'소리가 덧나는 것이 우리말의 특징이거든요. 뭔 소린지 쓰는 저도 아리송하니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밤일'은 '밤'과 '일'이 합쳐진 합성어입니다. 발음을 해보면 [밤닐]이라고 소리 나지요.
'앞이마'는 '앞'과 '이마'가 합쳐진 합성어고, 소리는 [암니마]로 납니다.
즉, '몇일'이 합성어가 맞는다면 [면닐]로 소리가 나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며칠]이라고 발음하잖아요. 그러므로 '몇일'은 합성어가 아니며, 앞서 말한 원형을 밝혀 적는다는 규정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입니다. 뜻으로 보아서는 '몇'과 '일'이 합쳐진 말 같기도 하지만, 발음으로 보건대 합성어가 아니며, 맞춤법에 맞지 않는 말이라는 얘기입니다.
아무튼 '며칠'이 맞는 말. 그런데 요즘엔 '몇일'이라고 쓰는 분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느낌입니다.
2. '너무'
'너무'라는 말의 뜻에는 '지나쳐서 좋지 못하다'라는 뜻이 들어가 있다는 것은 다들 아시지요? 사전에도 '정도에 지나치게'라고 풀이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바람직하지 못하거나 부정적인 것을 표현할 때 쓰는 말이라고 하겠습니다. '너무 싫다, 너무 덥다, 너무 마셨다, 너무 괴롭다' 등등의 경우가 맞게 쓴 예고, '너무 좋다, 너무 예쁘다, 너무 고맙다, 너무 맛있다' 따위는 바른 쓰임이 아니겠지요. (지나치게 예뻐서 탈이라는 뜻으로 쓰였다면 맞겠지만요..)
그런데 요즘엔 거의 구별이 없이 마구 쓰이고 있더군요. 방송이나 광고 카피, 심지어는 신문 기사에서도 '너무'의 잘못된 쓰임은 쉽사리 발견됩니다. 혼자 혀를 끌끌 차면서 개탄을 해보지만, 제대로 바로잡는 것이 불가능한 지경까지 다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많이들 그렇게 쓰고 있으니까요. 이 포스트를 보시고서 '너무'를 긍정적인 곳에는 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주시는 분이 두엇이라도 계신다면 다행이랄까요..
너무 많이 보이지만, 보일 때마다 너무 거슬리고, 그렇다고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라 너무 가슴이 아픈 '너무'의 잘못된 쓰임입니다.
그러면 긍정적인 뜻을 나타낼 때 '너무' 대신에 쓰면 좋은 말에는 무엇무엇이 있을까요. '매우', '참', '아주', '썩', '대단히' 등이 생각나네요. 적절히 골라 쓴다면 참 좋겠습니다.
왜 이 두 가지가 특히 거슬리느냐? 저도 모르겠습니다. 참 이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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