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Night, And Good Luck 철지난 영화들  

2008/01/06 04:07

[2006년 6월 22일 작성]

배우로 시작해서 영화감독까지 겸업하는 재주꾼들이 꽤 많습니다. 어느새 '명감독'이라는 호칭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경지에 오른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그 대표격이겠는데, "굿 나잇, 앤 굿 럭(Good Night, And Good Luck)"을 보니 조지 클루니도 감독으로 성공할 수 있겠다는 조짐이 보입니다.

1950년대 초반의 미국은 빨갱이 때려잡자는 매카시 상원의원의 파워가 절정에 달하던 시기였나봅니다. 매카시에게 찍혀서 공산주의자로 몰리면 일순간에 반역자로 낙인 찍혀서 인생 종쳐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는데, 공군 중위인 '라둘로비치'도 그런 희생자였습니다. 그의 아버지와 누이가 공산주의자라는 이유로 제대를 강요받은 것입니다.
CBS TV에서 방송되는 프로그램인 'See It Now'의 프로듀서인 프레드 프렌들리(조지 클루니)와 진행자 에드워드 머로우(데이빗 스트래던)는 중위의 해고가 뚜렷한 증거도 없이 자행되었다는 사실을 방송합니다. 그리고 연이어 매카시 의원이 벌이는 마녀사냥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방송을 내보내 바야흐로 정면 대결의 국면에 접어듭니다. 결국 이 프로그램이 매카시즘을 몰아내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됩니다.

커다란 힘에 굴하지 않고 맞서는 영웅담의 일종인데, 주인공의 영웅적 면모를 과장하여 표현하지 않은 점이 일단 마음에 들더군요. 주인공이 겪는 압박이나 고난 등등이 강조되면 자칫 진부해지기 쉽잖아요. 실화를 다룬 것이니 실제로 있었음직한 이야기들만 들려준다는 설정이 좋은 선택이었다고 보입니다. 덕분에 이야기가 좀 건조해지기는 했어요. 드라마틱한 갈등이나 반전도 없고요. 하지만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 또한 이 영화의 묘미인 듯하네요.

이른바 악의 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매카시 상원의원의 등장 장면은 배우가 연기하지 않고 당시의 기록 필름에서 따다가 만들었다는데, 그 편집 기술이 능수능란 하더군요. 실제 매카시의 등장이 이야기를 더욱 사실적으로 받아들이게 한다는 점에서 탁월한 선택이었던 듯합니다.  또한 이것은 이 영화가 흑백일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인 듯합니다. 순전히 제 추측이지만, 매카시의 등장 부분을 흑백으로 기록된 당시의 필름으로 처리한다는 아이디어가 영화를 흑백으로 만든다는 생각보다 앞서지 않았나 싶습니다.

매카시 의원에게 정면 도전하는 방송을 만들며 주인공들은 매카시가 직접 말한 것만을 인용한다는 원칙을 세웁니다. 그래야 공정한 방송이 되고, 뒤에 꼬투리를 잡히지 않는다는 생각이지요. 매카시의 여러 발언들을 조사해서 모순된 점을 찾아 꼬집는 것인데, 이 작전이 성공해서 매카시는 방송 내용을 반박하지는 못하고 진행자 머로우도 빨갱이라는 인신공격을 하는 치졸함을 보입니다.
추측성 기사와 카더라 통신이 난무하고 사실 확인조차 제대로 안하고 기사인지 소설인지 모를 잡문들을 써대는 우리나라 언론의 행태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어요.

우리나라 언론인들, 방송 관계자들은 이 영화를 보고 어떤 생각들을 할지 궁금해집니다. 과연 반성들이나 할지 모르겠어요.

2008/01/06 04:07 2008/01/06 04:07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mojolog.com/tcb/trackback/266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