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2월 8일 작성]


캬~ 내가 생각해도 제목 참 잘지었다.

앞으로 목록보기 기능이 추가된다는데 그렇다면 제목에 신경을 좀 더 써야한다. 그래야 손님들이 호기심을 갖고 지난 글을 읽어주지 점을 하나만 콕 찍는다거나 특수문자로 암호를 만든다거나 자기만 아는 제목을 붙이면 내략 좋지않다. 특히 점 하나 찍는 행위는 만행에 가깝다. 수전증이 있는 사람은 아무리 읽으려고 애써도 클릭 못한다.


너스레는 여기서 일단 스톱. 본론으로 들어가자.


대체 바른 덧글인이 뭔소리냐? 간단하다. 포스트의 주인 및 그 포스트에 덧글을 달아 대화에 동참하는 뭇 블로거들의 눈총을 받지 않는 블로거를 뜻한다. 좀 더 욕심을 부리자면 이쁨을 받는 블로거라고 해도 되겠다.

블로그에서 덧글의 역할은 매우매우 중요하고도 큼직하다. 덧글이 없다면 블로그의 존재 가치가 없다고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커뮤니티를 원하는 블로그의 경우가 그렇고, 자기 혼자 노는 블로그나 자료를 담아두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블로그라면 덧글이야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다.

덧글은 대화와 공감의 유일한 도구이다. 바른 덧글 하나는 나와 이웃의 블로깅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그럼 '바른 덧글인의 자세'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해본다.

 

대전제 : 포스트를 주의깊게 읽는다.

조선일보 정치면 읽듯이 대각선으로 대충 흝어가지고는 올바른 덧글이 탄생할 수 없다. 꼼꼼하게 시간을 들여 읽어주자. 적어도 그 포스트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은 완전하게 이해해야 한다. 음악을 소개한다면 음악을 들어주고, 사진이나 그림이 포함되어있다면 그것도 제대로 보아준다. 내용을 이해하고 느낌이 떠오르도록 숙독하고 감상하여야 한다.

글쓴이의 글재주가 약간 서툴러서 이해가 안될 수도 있고, 내 지식이나 독해력이 부족하여 내용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숙독을 해도 내용이 이해되지 않는다면 덧글은 포기하자. 이해가 없다면 올바른 덧글도 없다.


또 하나 주의해야할 것이 있다. 전체의 내용은 파악하지 못한 채 한두 구절의 문장에 나타난 부분만을 이해하고 덧글을 다는 행위이다. 백이면 백 엉뚱하고 뜬금없는 덧글이 달리게 되어있다. 나무만 보고 숲을 못보는 우는 범하지 말도록 하자.

포스트의 숙독과 그에 따르는 이해, 이것이 이루어졌다면 이제 바른 덧글을 달 수 있는 준비는 갖추어졌다.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을 쓰기만 하면 대부분 바른 덧글이 된다. 이해를 했는데도 느낌이 없다면, 당연히 덧글을 달지 않으면 그만이다.


바른 덧글인의 자세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그만 두어도 90% 이상은 이루어졌다고 해도 좋다. 제대로 읽고 공감하는 것이 바로 '바른 덧글인의 자세'의 시작이자 요점이자 필수요소인 것이다. 이후의 이야기는 세부적인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겠다.


- 첫 덧글은 보다 신중하게

첫 덧글은 이후의 덧글 전개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보다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글쓴이가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저 웃자고 하는 이야기인지, 축하를 받고자 하는 것인지, 위로를 원하는 것인지, 심도깊은 논의를 바라는 것인지 등을 잘 파악하자는 것이다. 웃자는 이야기에 심각한 덧글을 달거나, 슬쩍 염장을 지르는 글에 정말로 분노하거나, 축하를 원하는데 심통을 부리는 일은 글쓴이를 당황하거나 슬프게 만드는 동시에 다른 덧글인의 짜증과 허탈감도 유발한다. 특히 뭔가 논의를 원하는 글에 '일등'이라는 등수놀이 덧글을 다는 것은 손가락이 오그라드는 벌을 받아 마땅한 짓거리다.

글 주인이 능숙하다면 뜬금없는 첫 덧글이 달리더라도 적절히 수습하여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대화를 유도할 수 있으나, 자칫 때를 놓치면 이타 삼타가 연속으로 작렬하여 도무지 손을 댈 수 없는 지경이 되기도 한다. 이 경우 원망과 분노의 화살은 대부분 첫 덧글을 단 사람에게 돌아간다.

포스트가 올라오면 곧바로 접속자가 몰려드는 인기있는 블로그에서 이런 경우를 더러 보았다. 순식간에 대여섯개의 대책없는 덧글이 달려버리고 그 결과 재미있고 유익하게 진행되어야 마땅한 대화가 물건너가는 모습은 참으로 안타까움을 느끼게한다.


- 이미 대화가 진행중이라면 덧글도 꼭 읽고 분위기를 파악한다

한참 재미있는 덧글 대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엉뚱한 소리를 찔러넣어 분위기 망치는 모습을 가끔 보았다. 이것도 왕따되는 지름길이다. 본문을 읽고서 뭔가 이야기가 하고싶어서 아무리 손가락이 간지럽더라도 잠시 참고 이어지는 덧글들을 읽어주자. 어떠한 흐름인지, 현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일단락이 되고 소강상태에 들어갔는지 정도는 금세 파악이 된다. 분위기 파악을 못한 덧글은 만인의 지탄을 받으며 무시되는 것이 마땅하다.

반면에 만약 앞서 말했던 뜬금없는 덧글로 방향이 이상해졌을 경우, 멋진 분위기 전환이 가능하다면 과감히 시도하자. 하나의 덧글로 글 주인의 가장 사랑받는 이웃이 될 수 있다.


- 망설여지면 잠시 기다리는 지혜도 필요하다

첫 덧글이든 진행중에 끼어드는 것이든 덧글 달기가 망설여진다면 일단 기다리자.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기회가 올 것이다. 아니면 대화가 일단락된 후 마음 편하게 내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 내 덧글이 무시를 당하더라도 열받지 말자

애써서 덧글을 달았는데 반응이 없다고 섭섭해하거나 화를 내지 말자. 먼저 내 덧글이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것은 아니었는지, 분위기를 깨는 것은 아니었는지 반성을 해보는 자세도 필요하다. 적절한 덧글이 분명한데도 반응이 없을 수 있다. 주인이 잠시 마실을 나갔을 수도 있고 모종의 이유로 블로깅을 중단한 상태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다가 시간이 흘러 다른 덧글이 달리고, 주인이 알면서도 응대를 하기에 때가 늦을 수도 있다. 자기의 블로그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므로 마음에 두지 말자.


- 단어와 어휘의 선택에 유의하자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다. 좋은 의도로 하는 이야기도 자칫하면 오해를 사게된다. 게다가 글이라는 것은 표정이나 말투나 태도 등의 보조 수단도 없으니 오해를 살 가능성은 더욱 크다고 하겠다. '왜죠?'와 '이유를 여쭈어도 되겠습니까?'는 같은 뜻이지만 느낌은 천지차이다. 정중한 것이 반드시 좋다는 것은 아니다. 내 덧글이 의도와는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고 적절한 어휘 선택을 하자는 것이다.


- 초면이라면 제대로 된 존칭은 필수다

상대가 내 아들뻘이라고 해도 초면이라면 반드시 존대를 하는 것이 맞다. 나이의 고하를 떠나서 모르는 사람에겐 존대를 하는 것이 예의인 것이다. 서로 안면을 트고 좀 가까워진 상황이라면 분위기 보아서 적당히 말끝도 잘라먹고 평대를 하는 것이 유대관계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처음 덧글을 달면서 평대를 하거나 하오를 하는 것은 나는 싸가지 없는 인간임을 널리 공표하는 행동이다. 말끝을 흐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아니라는...' '좋다는...' 따위 말이다.

말이 나와서 얘긴데 내 생각엔 '뭐뭐 했다는...'으로 말끝 흐리는 말투는 웬만하면 쓰지 않는 것이 좋은 듯하다. 한마디로 바보스러워 보인다. 뭔 자신이 그리 없어서 반벙어리처럼 버버거리는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말은 정확히 맺어주자. (필요한 상황이 있기는 하다)


- 딴지를 걸고 싶으면 한 번 더 생각해보자

블로깅을 하다보면 내 의견과 다르고 마음에 들지 않는 포스트를 만나게 된다. 무작정 내 의견을 써버리기 전에 과연 꼭 필요한 것인지 생각해보자. 두 번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다.

그 포스트가 논쟁을 요구하고 있다거나 다른 의견을 듣고 토론하기 위해 작성된 것이라면 물론 이야기가 다르다. 그저 자기 생각이나 감상을 말한 것이라면 딴지 걸기 전에 심사숙고하자. 그리고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으면 덧글이 아니라 트랙백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트랙백을 이용하면 그 블로그에서 진행되는 대화를 방해하지 않는 장점도 있거니와, 만약 논쟁이 벌어질 경우 상대를 내 집으로 데려온다는 이점도 있다. 내 집에서 싸우는 것이 왜 유리한지는 각자 생각해보시라.


자질구레한 것 몇 개 더 있는데 글이 이미 지나치게 길어진 듯하여 생략하기로 한다.

아무튼 여기까지 읽어보신 분들은 '다 아는 이야기를 길게도 썼구나' 아니면 '덧글 하나 다는데 까탈스럽기도 하다' 이 둘 중 하나의 생각을 갖게 되었을 것 같다.

다 아는 이야기 맞다. 다만 단순한 재미로 정리를 해보았을 뿐이다. 그리고 나부터도 덧글 하나 다는데 늘상 이렇게 복잡한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그저 맘이 내키면 달고, 가끔 뜬금없는 소리도 한다.

이론은 이론일 뿐이다. 그러나 영 쓸데없는 이야기는 아니었다고 조심스레 믿어보며, 한편 즐거운 블로깅 생활에 도움이 되는 구석도 아주 조금은 있을 것이라고 또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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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료를 하려는데 문득 걱정거리가 생겨서 사족을 붙인다.

이 글을 읽은 이웃분들이 '청숙헌의 블로그에는 함부로 덧글을 달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시면 어쩌나'라는 걱정이다. 기우겠지만, 그래도 조금 불안하다.

마음 푹 놓고 지금까지 해오신 그대로 편안하게 덧글을 다시기를 바란다. 뜬금없는 것도 좋고, 봉창 두드리는 덧글도 좋다. 어휘 선택이 좀 걸맞지 않아도 물론 좋다. 상황을 수습하고, 적당히 걸러서 알아듣는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 염려는 붙들어 매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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