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 9일 작성]
- 古 木 -
半樹惟存骨 반만 살은 나무 뼈마디만 남았는데
(반수유존골)
風霆不復憂 바람과 우레에도 다시 근심치않네
(풍정불부우)
三春何事業 봄 석 달을 무슨 일을 하느뇨
(삼춘하사업)
獨立任榮枯 영고성쇠 맡기고 홀로 서있을 뿐
(독립임영고)
오랜 세월 풍상을 겪은 나무가 한그루 있습니다. 작자는 이를 반수(半樹)라고 표현했지요. 저는 반만 살은 나무라고 옮겼는데 정말 맘에 안드는 번역입니다. 아무튼 이 고목은 잎과 가지를 제대로 갖지 못한 모습으로 서있습니다. 모진 바람이 불고 천둥이 쳐도 근심하지 않는다는 것은 꺾일 잔가지도 없고 떨어질 잎사귀도 없기 때문이겠지요.
작가는 질문을 던져봅니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 고목은 무슨 일을 하느냐고. 달리말하자면 다 죽어가는 몰골로 무엇을 하겠냐는 이야기가 되겠지요. 새 잎이 돋아나지도 않을 것이고 꽃도 피우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고목은 홀로 서있습니다. 영고성쇠는 이미 관심밖의 일, 그저 꿋꿋하게 서있을 뿐입니다.
어떻습니까. 이 오언절구 한 수. 멋지지요?
잠이 안와서 이것저것 뒤적이다가 가슴을 때리는 시 한 수를 만나 소개해보았습니다.인생무상을 이야기하는 것도 같지만, 제가 받아들이기로는 존재의 가치는 존재 그 자체에 있다는 이야기로 들리고,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고고한 기상을 노래한 것 같습니다. 세월의 흔적과 고난의 자국을 짊어지고 우뚝 서있는 고목의 장엄함을 눈앞에 그려봅니다.
작가 김인후는 조선 중종 때의 문신이자 유학자입니다. 조광조를 죽음으로 몰고간 기묘사화가 잘못된 일이며 그 희생자들을 복권시킬 것을 간하였고, 인종이 세자일 때 학문을 가르치기도 했었습니다. 인종이 즉위하고 8개월만에 죽고 을사사화가 일어나자 벼슬을 버리고 낙향하여 학문 연구와 후진 양성에 몰두하였습니다. 자는 후지(厚之), 호는 하서(河西), 시호는 문정(文正)이며, 성균관 문묘에 배향된 대학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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