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변승애(贈卞僧愛) - 신위(申緯) 작 한시 & 한문  

2008/01/06 22:56

[2004년 5월 15일 작성]


           -   贈 卞 僧 愛   -
              변승애에게 주다


澹掃蛾眉白苧衫    눈썹 곱게 단장하고 흰적삼 입고서
(담소아미백저삼)

訴衷情話燕呢喃    정다운 속마음을 속삭이니, 제비가 지저귀듯
(소충정화연니남)

佳人莫問郞年歲    가인이여 내 나이 묻지를 마소
(가인막문랑년세)

五十年前二十三    오십년 전에는 스물셋이었다오
(오십년전이십삼)



신위는 조선 정조 때에 과거에 급제하여 나중에 이조 참판까지 지낸 양반입니다. 자는 한수(漢叟), 호는 자하()이며 어려서부터 신동이라고 소문이 났다고 하네요. 또한 시도 잘 짓고, 글씨도 잘 쓰고, 그림도 잘 그려서 시서화(詩書畵)의 삼절(三絶)이라고 불렸다고 합니다.

소개한 시는 배경이 되는 이야기를 알아야 재미가 있습니다. 변승애라는 젊은 처자가 있었는데, 신위를 존경했는지 사모했는지.. 아무튼 곁에서 모시면서 필묵의 심부름이라도 하겠다고 떼를 썼다고 합니다. 그러자 신위가 이 시를 지어 주면서, 자기의 늙음을 핑계로 완곡하게 거절을 했답니다.

첫 구절은 변승애의 아릿다운 모습을 형용한 것이겠죠. 두번째 구절은 그녀가 소근소근 자기 마음을 털어놓는 장면입니다. 니남(呢喃)은 제비가 지지배배 지저귀는 소리를 나타냅니다. 젊은 여인이 앞에 앉아서 이야기를 속닥이는 것이 마치 제비가 지저귀는 듯하다는 시인의 표현이 재미있으면서도 왠지 우습습니다. 아무튼, 이 두 구절을 읽으니 그녀의 아름답고도 활기있고 귀여운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세번째 구절에서 전환이 이루어집니다. 뜬금없이 나이를 묻지 말라네요. 게다가 묻지 말라고 하고서는 곧장 마지막 구절에서 자기 나이를 슬그머니 털어놓습니다. 일흔 셋이나 먹은 할아버지라면서 완곡한 거절을 드러낸 셈인데, 이 양반이 정말 재치가 있는 것이 '내가 스물 세살이었으면 절대 거절하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은근하게 하고 있습니다. 달리 보자면 '스물 셋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나..'로 읽을 수 있기도 하겠습니다.

읽다보니 저절로 웃음이 나면서 즐거워졌습니다. 참 멋진 할아버지죠?
참, 그 다음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각자 상상해보시기를...

2008/01/06 22:56 2008/01/06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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