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1일 작성]
- 山夕詠井中月 -
산에서 저녁에 우물속 달을 읊다
山僧貪月色 산의 스님 달빛이 탐나서
(산승탐월색)
幷汲一甁中 물과 함께 병속에 길었네
(병급일병중)
到寺方應覺 절에 이르러 문득 깨달으니
(도사방응각)
甁傾月亦空 병 기울이면 달 또한 비는 것을
(병경월역공)
제가 가장 좋아하는 한시 중 하나인, 이규보 선생의 작품을 소개하는 것으로 7월을 엽니다.
욕망이라는 것은 병 속에 길어넣은 달빛과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뭔가 대단한 것 같아서 움켜쥐려 애쓰지만, 실제로는 붙잡을 수도 없고 형체조차 모호한 것이 아닐런지요. 병을 기울여 물을 붓듯이 마음을 비우면 그만일 것을... 그러나 알면서도 하기 어려운 것이 마음 비우기라는 사실도 또한 분명합니다. 저 스님도 병을 기울이는 순간 욕망의 허무함을 깨달았겠지만, 다음날 밤에는 별빛을 병에 담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득도를 하여 해탈을 했을 수도 있겠지만요. 이왕이면 껍질을 깨고 나왔다는 쪽으로 좋게 생각할까요..
아무튼 참으로 기막힌 작품입니다. 학부 시절 이 시를 처음 읽고 감탄하고 또 감탄하던 기억이 아직도 또렷합니다. 뭔가 신비로운 광경을 몰래 엿본듯한 기분이었지요. 그 후로 늘 어딘가에 머물러있던 '마음 비우기', 조금씩 가까이 가는 듯도 하지만 아직도 갈길은 먼 것 같습니다. 마음을 비운다는 마음도 없어지는 것이 진정한 마음 비우기라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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