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궂은 닉네임 만들어볼까 허튼소리  

2008/01/04 11:03

[2006년 1월 22일 작성]


온라인 세상에서 다른 사람의 닉네임 뒤에 '님'자를 붙여는 것이 예의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덧글에 응대를 할 때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분명히 하려고 '벽헌 / 어쩌구저쩌구'의 형태로 쓰는 경우는 님자가 안붙어있어도 상관없지만, 다른 경우에 '벽헌'이라고 부르면 응당 열받는다. 닉네임은 이름이나 마찬가지고, 그러므로 님자가 빠지면 자격이 없는 사람이 이름자를 경칭없이 불렀을때와 똑같은 강도로 꼭지가 도는 것이다.

닉네임에 반드시 '님'이 따라다니게 마련이라는 사실을 이용하여 부르는 사람이 난처하거나 곤란한 기분이 되는 닉네임을 만들어보자는 쓰잘데없는 생각을 해보았다. '님'자를 빼도 말이 되는 단어들, 예를 들어 '스승'이나 '주인' 따위의 낱말들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스승님이라 부르게하는 것이 짓궂은 일이기는 하지만, 무엇보다도 만드는데 재미가 없다. '님'자를 빼버리면 단어가 아니고, '님'자를 붙여 부르면 비로소 제대로된 낱말이 되면서 아울러 좀 곤란하다는 느낌, 또는 웃기고 재미있다는 느낌을 주는 닉네임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오라버'가 일착으로 머리에 떠올랐다. 만인의 오라버님이 될 수 있는 근사한 닉네임이다. 만약 여성이라면 '누'를 사용하여 만인의 누님이 될 수 있다. 한글자로 된 닉네임이라 맘에 들지 않는다면 '큰누' '작은누' '섹시한누' 등등 얼마든지 응용이 가능하다.
'아주버'도 그럴듯하다. 내 나이 정도 되면 제수씨가 여러분 생기게 마련이므로 아주버님 소리를 들어도 딱히 어색하지 않을 듯하다. 남들이 달게 불러줄지야 매우 의문스럽지만 말이다. 여성이라면 물론 '아주머'를 쓰면 된다.

위 두 종류 닉네임의 문제는 부르는 사람이 동성일 경우에 어색하다는 점이다. 남자가 남자에게 오라버님이라 부르면 듣는 쪽도 근질근질하다. 성별에 관계없이 부르기 난처한 닉네임이 뭐가 있을까?
'아버'와 '어머'가 있다. 역시 '큰아버' '작은어머' '시아버' 등으로 응용이 가능하다.
만약 자기 나이가 이미 노년에 접어들었거나, 또는 남들에게 노년으로 여겨지고 싶다면 '할아버'나 '할머'를 쓰면 된다. 응용편은 생략해도 될 듯하다.
'아드'와 '따'도 있는데, 이건 별로 재미가 없다. 부르는데 부담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가족이나 혈연 관계가 아닌 것으로 '님'자를 붙이면 부르기 거시기한 닉네임은 무엇이 있을까?
'주'와 '하느'와 '하나'가 있다. 요 세가지는 응용이 어렵다. 또한, 앞서 이야기한 '오라버' '어머' 등등은 안불러주면 그만이고 '참 웃기는 인간일세..' 정도의 약한 비난을 받는 것이 고작이겠으나, '주' 등은 좀 위험하다. 일부 과격한 신도들에게 닉네임 안바꾸면 지옥간다는 협박 메일을 받게될 가능성이 있기에 그렇다. '하나'는 숫자라고 우겨볼 수도 있겠으나, 아마 안통할 것이다.

그러면 위험하지도 않고, 남들이 부르기에 별다른 부담이 없는 닉네임은 뭐가 있을까? 물론 '님'자를 빼면 말이 안되는 것으로.
'스'는 어떨까? '땡초스' '동냥스' '방랑스' 등의 재미있는 응용이 가능한 닉네임이기는 하다. 하지만 진짜 중이 아닌바에야 이런 닉네임을 사용하여 오해를 받을 이유가 없을 듯하다.
'마'는 꽤 좋다. '영감마' '대감마' '안방마' 정도로 응용의 범위가 좁은 것이 한계다.

마지막으로 '님'자를 붙여야만 단어가 되는 것으로 정말 사용해볼만한 닉네임 하나를 추천한다.
'샌'이다. '샌님'은 그다지 좋은 의미로 쓰이지 않는다. 우리가 남들에게 샌님이라고 하면 대부분 칭찬이 아니다. 고로 이 닉네임은 겸양의 의미를 갖고 있으며, 남들이 부를 때 기분나쁘기는 커녕 재미있다는 기분이 되는 멋진 물건이다. '골샌'이나 '남산골샌'으로 쓰면 더 재미있다.

자기가 방구석에서 책을 보거나 공부하기를 좋아하며, 융통성이 약간 모자라고 얌전한 성격이라고 판단된다면 '샌'이라는 닉네임을 한번 써보자. 이웃들의 열화와 같은 반응이 있을지도 모른다.
덤으로 멋진 응용법을 소개해본다. 자기가 사는 동네나 지역의 이름을 붙여보는 것이다. 우리말로 된 옛지명이면 금상첨화다. 탑골샌, 서라벌샌, 양지뜸샌, 빛고을샌, 애오개샌, 제물포샌, 동막골샌..


(옮기며. 덧글로 '도련'이라는 멋진 닉을 가르쳐주신 분이 있었다)

2008/01/04 11:03 2008/01/0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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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섹시한누 reply | del   2008/01/10 00:02
    좋은거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 벽헌 del    2008/01/10 11:13
      푸하하~ 섹시한누님! 이거 참;;;;
  2. 사랑하는 reply | del   2008/01/10 14:45
    ...도 될것 같아요 :) ㅡ육담'_'
    • 벽헌 del    2008/01/10 20:36
      히히~ 만인의 사랑을 받는 기분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