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월 31일 작성]


병술년을 맞이해서 그런지 이웃분들 중 개에 관한 포스트를 올린 분들이 더러 계시더군요.
저도 대세(?)를 따라서 개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렵니다. 한참 전에 다른 곳에도 비슷한 글을 쓴 적이 있으니, 재탕이라고 해도 되겠어요.

술(戌), 견(犬), 구(狗), 모두 '개'를 뜻하는 한자입니다.

술(戌)은 병술년이나 술시 등등 십이지 중 하나로 쓰이는 경우 이외에는 구경하기가 힘든 한자지요. 견문이 짧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고문헌에서도 십이지 이외의 용법으로 쓰인 것을 못보았습니다.

견(犬)은 제일 많이 쓰이고, 그러므로 아주 여러곳에서 볼 수 있는 한자지요. 견공(犬公)이라는 개를 높여서 부르는 단어에도 쓰이고, 견마지로(犬馬之勞)니 견원지간(犬猿之間) 등의 고사성어에도 들어갑니다. 가장 많이 쓰이는 용법으로는 단어의 뒤에 붙어서 '~하는 개' 또는 '~한 개'라는 뜻을 나타내는 경우입니다. 사나운 개인 맹견, 충성스러운 개인 충견, 사랑하는 개인 애견, 미친개인 광견 등이 그 예입니다. 또한 그 개가 어떤 일을 하는 녀석인가를 나타낼 때도 견(犬)자를 씁니다. 경찰견, 군견, 애완견, 엽견(사냥개), 맹도견, 수색견 등을 예로 들 수 있지요.

그러면 구(狗)는 어떤 경우에 쓰일까요. 황구(黃狗, 누렁이), 백구(白狗, 흰둥이) 정도가 생각나네요. 그리고 구육(狗肉)이라는 훈훈한 단어도 있습니다.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는 성어도 있군요.

여기서 구(狗)자는 특별한 역할을 하는 개에는 쓰지 않는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뭔가 일을 하거나 용처가 있는 개에는 견(犬)자를 붙여주는 것이고, 구(狗)자가 들어가는 개의 용처는 단 하나 뿐입니다. 바로 식용이지요.
즉 견(犬)은 안먹는 개고, 구(狗)는 먹는 개라는 말씀.
그러니까 '개를 어떻게 잡아먹냐??'라고 분개하시는 분들은 '견(犬)'을 마음에 두고 그리 말씀하시는 것인데, 그 견(犬)은 우리도 안먹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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