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저녁에 컴퓨터 길들이는 놀이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문득 애써 업그레이드한 컴퓨터의 성능을 충분히 발휘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i686, 즉 64비트 컴퓨터인데 이놈을 운영해주는 녀석은 32비트 Xp니까 말이지요. 기계가 64비트면 운영체제도 64비트로 가야 걸맞는 것이 아닐까, 요런 생각에 사로잡혀버렸던 것입니다.

마이크로소프드의 새로운 운영체제인 비스타(vista) 생각이 물론 제일 먼저 떠올랐습니다. 처음 발매되었을 무렵엔 호환이 안되는 부분도 꽤 되고, 인터넷 뱅킹이 안된다는 둥 비스타로 바꾸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이야기가 많았었지만, 이제는 문제점들이 꽤 많이 바로잡혔고 꽤 쓸만다고들 하더군요. 비스타 홈프리미엄 64비트 정도의 제품이면 제 컴퓨터랑 궁합이 잘 맞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데 문제는 이놈의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점이었습니다. 지금 쓰고있는 Xp를 구입할 때도 너무 비싸서 피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있는데, 멀쩡히 잘 돌아가는 이 녀석을 두고 또 거금을 지출하는 것은 참으로 바보스러운 짓인 듯했습니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좀 살펴보니, 비스타는 제품 번호를 입력하지 않고도 설치하는 것이 가능하다더군요. 그리고 한달 동안은 사용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고 하네요. 한달이 지나도록 정품 등록을 안하면, 겨우 한시간 동안 인터넷 접속 정도만 가능한 상태로 남의 컴퓨터를 바보만든다던가요...

아무튼 비스타의 설치 이미지만 구하면 적어도 한달간은 자유롭게 써볼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 일단 한번 써보고, 나중 일은 나중에 고민하자!!
어둠의 경로를 뒤져서 비스타 설치 이미지를 다운로드 받았습니다. 거의 4GB 정도나 되더군요. DVD로 구워서 설치를 시작했습니다. 대충 이십여분만에 끝났으니, Xp보다 시간이 덜 걸리는 듯하더군요. 첫인상은? 무척 화려해졌다는 것이었습니다. 에어로 기능인지 뭔지를 켜놓고 보니 데스크탑의 모양새가 아주 휘황찬란하더군요.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Xp와 대동소이해서 그다지 어색한 점이 없었고요. 몇가지 설정을 마치니 금방 쓸만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Xp에 비해서 좀 무겁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속도 저하를 심각하게 느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Xp에서 쓰던 프로그램들도 다들 무리없이 돌아가고, 인터넷 뱅킹도 잘 되더군요. 그렇지만 Xp에 비해서 아주 좋아졌다는 기분은 별로 안들더군요. 겉모습이 수려하다는 점을 빼면 말이죠. 그렇다고 딱히 맘에 안드는 부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가장 맘에 드는 것은 메모리 4GB를 완벽하게 인식한다는 정도랄가요. 아무튼 그럭저럭 쓸만은 한데, 거금을 들여서라도 반드시 구입하고 싶을 정도는 아니었다, 요게 결론이었습니다.

구글링을 좀 해보니 역시 비스타의 정품 인증을 우회하는 방법이 몇가지 나와 있더군요. 좋게 말하자면 공짜로, 실제로는 불법으로 쓰는 방법이죠. 비스타를 내놓으면서 불법으로 쓰기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큰소리를 펑펑 쳐대었지만, 역시 뛰는 놈 위엔 나는 놈이 계신 법이죠.
저는 잠시 갈등에 빠졌습니다. 막 설치가 끝난 싱싱한 비스타를 딱 한달만 써볼 것인가, 아니면 정품으로 둔갑을 시켜서 길이길이 써먹을 것인가??

저는 소프트웨어는 웬만하면 정품을 쓰자는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공짜로 쓸 수 있는 소프트웨어만 사용하죠;;; 요즘엔 잘 고르면 공짜로 배포하는 프로그램 중에서도 쓸만한 놈들이 꽤 많잖아요.) 뭐 꼭 지켜야만하는 원칙은 아니지만, 깨버리자니 뭔가 찜찜하기도 해서 결국엔 비스타를 정품으로 둔갑시키는 일은 안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되니 다시 처음으로 돌아온 셈이 되었네요. 32비트 운영체제에서 64비트 운영체제로 갈아타고 싶다는 출발점 말입니다.

순간 머리에 퍼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으니, 바로 완벽한 무료 프로그램인 '리눅스'를 써보자!
수년전에 순전히 심심해서 레드햇 리눅스를 한번 깔아본 적이 있었습니다. 설치부터가 만만치 않았고, 삽질을 거듭한 끝에 설치하고 나니까 특별히 할 수 있는 것이 없기에 며칠 갖고 놀다가 지워버렸던 아픈 기억이 생각났지만, 요즘은 리눅스 쪽에도 많은 변화가 있어서 사용하기가 무척 쉽고 편해졌다는 소문을 한번 믿어보기로 했지요. 요즘 많이들 사용한다는 '우분투(ubuntu)'라는 배포판이 특히 편하다네요.
우분투 공식 사이트(http://ubuntu.com(새 창으로 열기))에 가서 64비트 설치 이미지 파일을 다운로드 받고, CD로 굽고,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구글링을 하며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습득 및 숙지하는 등등의 과정을 거쳐 마침내 설치를 시작했습니다.

설치는 어찌면 윈도우 계열보다 쉽다고 해도 될 정도더군요. 하드디스크 파티션을 나누는 법 정도만 알면 별다른 어려움은 없겠더군요. 그리고 매우 맘에 드는 것 한가지는 설치하는 동안에 웹서핑을 할 수도 있고, 간단한 오락 게임도 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솔리테어 카드 게임 두판 깨고나니까 무사히 설치가 끝났습니다. 드디어 첫 부팅, 모든 것이 순조로웠습니다. 사운드며 랜의 드라이버도 자동으로 잘 잡혔고, 한글 입출력도 제대로 잘 되었고, 네트워크 연결도 잘 되었습니다. 참 많이 편해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젠 리눅스도 마우스가지고 웬만한 일은 다 할 수 있게 되었더군요.

한가지 문제라면 화면의 해상도가 제대로 잡히지 않는 다는 점이었습니다. 비디오카드 드라이버는 수동으로 잡아줘야하는 모양이었습니다. 요것도 마우스 클릭으로 해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기에 얼른 받아다가 시도를 해보았는데, 잘 안되더군요. 별 수 없이 여기저기 수소문을 한 끝에 정통적인 리눅스 방식인 명령 입력식으로 드라이버를 잡았습니다. 시행착오가 약간 있었지만, 결국 1680X1050 해상도를 잡아내는데 성공을 했습니다.
그 후 본격적으로 우분투 갖고 놀기를 시작했지요. 모양도 다듬어주고, 프로그램들도 몇 가져다가 깔아주고, 거의 다 까먹었던 콘솔 명령어 복습도 하면서 주말 내내 재미있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현재 우분투를 메인 OS로 쓰는데 있어서 불편한 점은 거의 없다고 여겨집니다. 인터넷 뱅킹이 안되고, Active-X를 필요로하는 사이트에서 문제가 조금 발견되는 정도가 불편한 점이랄까요. 저와 같은 경우, 즉 PC로 하는 일이 웹서핑, 문서 작성, 동영상과 음악 감상, 블로깅, 간단한 html 작성, 기초적인 그림 편집 정도라면 궂이 비싼 돈을 들이거나 불법을 저지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윈도우 계열의 운영체제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우분투에서 기본으로 제공되는 소프트웨어 가지고도 위에 열거한 작업들은 대충 가능하고요, 조금 신경을 써서 찾으면 아주 멋지고 훌륭한 기능을 가진데다가 무료인 프로그램들을 쉽게 구할 수 있기도 합니다.

웹서핑용으로는 파이어폭스가 기본으로 들어있고요, 워드나 엑셀은 오픈오피스라는 소프트웨어로 호환이 되네요. 그림 편집 프로그램도 김프라는 놈이 기본으로 들어있는데 웬만한 기능을 다 들어있는 듯하더군요. 동영상용 프로그램은 기본으로 들어있는 토템이라는 놈으로는 조금 부족해서 mplayer라는 녀석을 구했습니다. 한글 자막도 잘 나오고. DVD도 잘 보여주고, 각종 비디오용 코덱들을 따로 설치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잘 재생해주네요. 그리고 음악 감상용, 요건 정말 대단히 맘에드는 프로그램을 하나 찾았습니다. Amarok이라는 녀석인데, 제가 원하는 기능이 완벽하게 구현됩니다. 음악 파일을 라이브러리로 만들어주고, 거기서 원하는 대로 쉽게 골라서 감상할 수 있는데 특히 기특한 것은 음악 파일이 들어있는 폴더의 이름을 바꿔버리거나 경로를 변경하거나 음악 파일의 이름을 바꿔도 지가 알아서 새로 라이브러리를 고쳐준다는 점입니다. 윈도우용 음악 재생 프로그램 중 이만한 기능을 가진 것은 없지 싶네요.
그리고 전반적으로 속도도 만족할만큼 빠릅니다. 또한 메모리도 윈도우보다 덜 잡아먹는 듯하고, 관리도 잘 해주는 듯하네요. 화면 장식을 거의 최대치로 하고, 모든 기능을 활성화시키고, 위에 말씀드린 Amarok의 음악 라이브러리를 위해 mysql 데이타베이스까지 설치해서 돌리고 있는데도 사용 메모리가 500mb를 밑돌고, 하드디스크 스왑은 당연히 0 입니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운영체제를 아예 갈아엎는 모험을 했고, 그 결과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는 이야기올습니다...
우분투 리눅스로 옮긴 기념으로 스크린샷 한장 찍어 올립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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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플로우reply | del   2008/03/10 10:48
    환영합니다..^^
    우분투 유저가 앞으로도 많이 늘어나면 좋겠네요..
    • 벽헌del   2008/03/10 17:12
      반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좀 더 알려지기만 하면 사용자가 많이 늘어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써볼수록 맘에 쏙 듭니다..
  2. Dracoreply | del   2008/03/10 11:34
    우분투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저와 같은 에메랄드 테마를 쓰시는군요.
    • 벽헌del   2008/03/10 17:14
      반가이 맞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우분투는 이것저것 꾸미는 재미도 참 좋네요. 거의 모든 부분을 손댈 수 있는 듯하군요. 시간 가는줄도 모를 지경이랍니다;;
    • Dracodel   2008/03/10 17:20
      벌써 꾸미는 재미에 빠지셨다니 대단한 적응력이십니다. 리눅스는 실력만 되신다면 아예 인터페이스 부분을 다시 코딩해버릴수도 있으니 무한정하지요.
    • 벽헌del   2008/03/10 17:54
      이거 참 중독성이 있네요;; 나이를 먹어도 이놈의 호기심은 꼭 어린애처럼 왕성해져만가니, 꼭 재미있는 장난감을 새로 장만한 초딩이 된 느낌입니다.
      인터페이스 부분을 다시 코딩할 정도의 경지는 감히 바라지도 못하겠고요, 그저 불편없이 오래 쓸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3. 젯털reply | del   2008/03/11 00:00
    세상에나... 젊은이들보다 훨씬 나으십니다요. ㅎㅎ
  4. 젯털reply | del   2008/03/11 00:00
    근데 저는 요즘 맥 써요;
    • 벽헌del   2008/03/11 03:02
      맥 좋죠. 옛날에 직장 다닐때 몇 년 써봤는데, 기계값이 너무 비싼 것만 빼면 나무날 데가 거의 없는 듯하더라고요. 요즘도 애플 노트북 하나 가져봤으면 하는 소망을 갖고있기도 하죠... 좀 지나친 낭비 같아서 그저 소망에서 그치고 있지만요.
      그건 그렇고, 젯털님 참 오랜만이네요. 반갑수다!
  5. 람다reply | del   2008/03/11 10:18
    아니, 젯털님은!!! 벽헌님은 젊으시잖아요!!!!!(센스 없으시긴.. 하면서 괄호안에 폭로한다)
    정말, 벽헌님은 젊으시다니까요. ㅎㅎ
    • 벽헌del   2008/03/11 18:59
      음하하하!!!
      (이거 참, 울어야할지 웃어야할지....)
  6. 에드reply | del   2008/03/11 17:59
    정말... 대단하십니다~~
    전 컴터에 관해 정말 모르는 것 같아요...
    맥도 쓰고... pc도 쓰는데 뭐가 뭔지 전혀 모를정도...
    저야말로 컴맹... 하~ (하늘한번보며 한숨쉰다)
    • 벽헌del   2008/03/11 19:00
      컴맹은 컴퓨터로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잖아요.
      두 종류의 컴퓨터를 쓰시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