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對 花 歎 老  -
         꽃을 보며 늙어감을 한탄하다

東風亦是無公道    동풍도 또한 공평하지 못해요
(동풍역시무공도)

萬樹花開人獨老    나무마다 꽃 피우면서 사람만 유독 늙게 하니까
(만수화개인독로)

强折花枝揷白頭    억지로 꽃가지 꺾어 흰 머리에 꽂아보지만
(강절화지삽백두)

白頭不與花相好    흰 머리와 꽃은 서로 어울리지 않네요
(백두불여화상호)



다시 손곡(蓀谷) 이달의 칠언절구 한 편 올려봅니다.

해 마다 봄이 오면 다시 꽃이 피는 것은 자연의 섭리죠. 작자는 이 현상을 다시 젊어지는 것으로 상상했나봅니다. 이른바 회춘(回春)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우리네 인간은 봄이 다시 찾아온다고 젊어지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나무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나이를 먹기는 하지만 그래도 봄이 되면 꽃 장식을 달고 아름다워지는데, 사람은 주름살과 흰머리만 늘어나지요. 동풍(東風)은 조화옹의 은유 정도로 볼 수 있겠는데, 회춘의 혜택을 인간에겐 베풀어주지 않으니 공평하지 못하고 야속할 따름입니다.
혹시 꽃을 꺾어서 장식을 해보면 나무처럼 싱싱하고 아름답게 보일까하는 생각으로 백발이 성성한 머리에 꽃을 꽂아봅니다. 그러나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서글픈 사실만을 깨닫게 됩니다.

요 즘엔 머리에 꽃을 꽂으면 미친년 취급 당하기 딱 좋죠. 예전에는 오늘날처럼 장신구가 다양한 세상이 아니었을테고 가난한 서민들은 머리 장식 구하기가 더더욱 쉽지 않았을 것이니 꽃을 꽂아 멋을 부리는 일이 자연스러웠으리라 여겨집니다. 그런데 남자들도 머리에 꽃을 꽃고 돌아다녔을지..? 이게 좀 의심스러워서 시의 화자를 여성으로 생각하고 번역을 했습니다. 순전히 저만의 생각일 뿐 맞는다는 보장은 결코 못합니다.

그건 그렇고, 나이를 먹을수록 겉모습의 치창은 덜 요란스럽게 하는 것이 보기 좋은 듯해요. 보톡스를 맞아 부어오른 얼굴에 울긋불긋 떡칠을 하신 양반들을 보면 사람인지 요괴인지 아리송할 지경입니다. 세월이 남긴 흔적이 가린다고 가려지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그저 자연스러운 것이 좋고, 정도껏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됩니다. 손곡 선생의 말씀대로, 꽃은 꽃다운 청춘과 어울리는 짝인 법이죠.

아침에 면도를 하면서 거울을 볼 때면 제 얼굴에도 세월의 흔적이 감춰지지 않을만큼 남아있음을 느끼곤합니다. 웨이트 트레이닝 덕분에 몸은 젊어서 술퍼먹고 다니던 시절보다 단단해진 듯도 한데 얼굴에 드러나는 나이는 운동으로도 어쩔 수 없는 모양입니다. 그게 서글프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고, 그저 무심합니다. 제 나이가 서글퍼질 경우는 글씨가 뿌옇게 보여서 눈과 책의 거리를 멀리 두게 되는 바로 그 순간, 저절로 한숨이 폭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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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유찬맘reply | del   2008/04/19 05:41
    운동 열심히 하시나봐요. 웨이트트레이닝이라..^^
    안경이 필요한 시기인가봐요..^^
    근데 벽헌님 나이를 짐작할수가 없네요...
    • 벽헌del   2008/04/19 09:26
      돋보기 안경 쓰기는 정말 싫지만 몇년 후에는 어쩔 수 없이 필요해지겠죠..
      그리고 제 나이는 낼모레면 반백년이 된답니다. 에효~
  2. 람다reply | del   2008/04/22 17:56
    정갈하게 풀어 놓으신 한시 감상할때마다 감사 드리는 마음으로 읽고 있답니다.
    감상하는 사람이 더 많은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여백을 마련하신 듯한 군더더기 없는 풀이,
    참 좋습니다. 히~
    • 벽헌del   2008/04/24 17:01
      즐겁게 읽어주신다니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좋은 시를 좀 더 많이 소개했으면 좋겠는데...
  3. 에드reply | del   2008/05/11 09:47
    반백년이라니까 더...
    잉~ 그런말 쓰지마세요~~~

    산에 다니다보면 백살가까이 되시는 할머니들이 마음을 다 비우고서인지 도통을 해서인지 얼굴이 어린아이처럼 해맑은 얼굴을 뵐때가 많아요 그 얼굴앞에선 '나이듦'이란 말이 무색할지경이지요~ 주름이란 말도 필요없는 말이 되더라구요... 그런얼굴이 되고싶어 노력하는데 아직까지는... ^--^
  4. 스테파니reply | del   2009/12/25 12:32
    님 나이가..놀랍네요 글로만 봐선 님나이가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다만..한시에 대한 조예의 깊이 정도로 살짝.. 30대중반은 아닐까 생각했는데..ㅋ
    아무튼 좋은글 읽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