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錦江別鄭子慎  -
        금강에서 정자신과 헤어지며

一樹棠梨葉    한 그루 팥배나무 이파리
(일수당리엽)

風吹落滿庭    바람부니 뜰 가득 떨어져
(풍취락만정)

明朝錦江水    내일 아침 금강 물을 생각하며
(명조금강수)

愁對暮山靑    저녁 산의 푸름을 시름젖어 바라본다
(수대모산청)


손곡 이달 선생의 오언 절구입니다.
옛 사람들의 한시 작품 중에 '어디서 누구누구와 헤어지며' 등등의 제목을 가진 것이 꽤 많습니다. 제목 뿐만이 아니라 친구와 헤어지는 서글픔을 읊은 작품이 유난히 많지요. '애인과 생이별하는 것도 아니고, 사나이들이 헤어지면서 뭔 감상이 그리 애잔하지..?' 라는 의문을 품는 분이 혹 있을까요?

요즘엔 거리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맘만 먹으면 서로 이야기 나누고 안부를 전할 수 있지요. 전화, 이메일, 메신저 등등 수단도 다양합니다. 화상 통화를 이용하면 얼굴도 마주보며 수다를 떨 수 있고요. 옛날엔 이거 불가능합니다. 통신 수단이 변변치 않은 시절이니 한번 헤어지면 글자 그대로 기약이 없습니다. 서로 사는 곳을 알아도 왕래는 고사하고 편지 한통 나누는데도 애로가 많던 시절이었죠. 그러니 친한 벗과 이별하는 감상이 요즘과는 꽤 차이가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길을 떠나기 전에 술도 한잔 하고, 서로 시도 지어 주면서 아쉬운 기분을 달래는 일이 보통이었죠.

소개한 작품도 그런 와중에 지은 것인데, 과연 대가의 작품답게 읽는 맛이 아주 좋습니다.
처음 두 구절은 이른바 분위기 조성으로 보면 될 듯합니다. 바람에 날려 뜰 가득 떨어진 낙엽은 쓸쓸하고 서운한 기운을 북돋아준다고나 할까요. 다음 두 구절이 본론이라 하겠는데, 다음날이면 금강에서 친구와 이별할 생각을 떠올리니 저물녘 푸르른 산의 경치까지 시름겹게 보인다는 이야기...

셋째 구절을 좀 자세히 뜯어보자면, 동사가 없습니다. 글자 그대로 해석을 하면 '내일 아침의 금강 물' 이렇게 밖에 안되죠. 제 생각엔 작가가 의도적으로 이리 만든 듯합니다. 독자에게 생각을 해볼 거리를 만들어 주잖아요. 위에서 저는 평범하게 금강에서 헤어질 일을 생각한다 정도로 해석했지만, 느낌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올 듯합니다. 마지막 구절의 수심 수(愁)자를 더더욱 돋보이게 해주고 있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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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후reply | del   2009/02/07 13:23
    날이 갈수록 옛것들이 그리워지는 건, 나이 때문일까요? 이 포스트를 몇 번이나 읽었답니다. 요즘 친구 생각이 많거든요.
    • 벽헌del   2009/02/07 19:51
      전원 생활을 하다보니 나들이가 좀 힘드신가봐요.
      예전보다 살기도 편해지고 덜 수고로워지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쉬워졌기 때문에 사람 챙기기는 점점 더 소홀해지는 듯해요.
  2. 유찬맘reply | del   2009/08/28 23:22
    이달이라는 분 ... 친구분과 헤어질것을 생각하고 마음이 허전했던 모양이네요.
    지금처럼 모바일폰이 있는 시대도 아니였으니...
    그치만 요즘처럼 폰이 있고 메신저가 있어도 정작 만나지지 않는 친구들도
    있더라구요. 지금 어디에서 뭐하고 사는지...궁금해져요.
  3. 스테파니reply | del   2009/12/25 12:16
    님 말씀대로
    편리함이 친구간의 애틋함은 가져간 듯 하네요^^
    휴대폰이 우리에게 던지는 말.."세상에 공짜가 어딧니??"

    작품해설을 보니 한시가 더 생생하게 느껴지네요
    나도 한시에 조예가 생길수도 있다는 희망이..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