쇳덩어리 이야기 이어서 허튼소리  

2008/01/04 11:14

[2006년 12월 25일 작성]

 

어제의 쇳덩어리로 몸 괴롭히기를 시작한 이야기에 이어서 헬스 클럽에서 무슨 운동을 어떻게 하는지 써봅니다. 궁금하신 분은 그다지 없으리라 예상되지만...


오후 세시 근처에 헬스 클럽에 갑니다. 하루 중 요 시간대가 가장 한산할 때라고 하더군요. 런닝 머신에서 팔을 마구 휘두르며 걷는 아낙이 두엇, 겅중겅중 뛰고 있는 청년 하나, 윗몸일으키기를 열심히 하시는 아저씨 한 분 정도가 이 시간대의 고정 멤버인 듯합니다. 다들 클럽에서 제공하는 반바지와 반팔 티셔츠를 입고 있어서 무슨 동호회 모임 비슷한 느낌도 듭니다. 저도 첫날엔 제공하는 옷을 입었는데 왠지 좀 찝찝한 느낌도 들고 땀이 식으면 으슬으슬 춥길래 둘째날 부터는 긴 츄리닝 바지에 편한 티셔츠 갖고가서 갈아입고 운동하지요.


처음하는 종목은 고정된 자전거 타기입니다. 딱 10분간 몸이 좀 더워지면서 땀이 약간 나올 정도로 하라는 트레이너 총각의 가르침대로 느긋하게 페달 밟습니다. 힘은 많이 안드는데 10분이라는 시간이 꽤 지루합니다. 기계에 달려있는 시계를 보면 더 지루한 느낌이라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며 오만 잡생각을 떠올리면서 입력해놓은 10분이 지나 '땡' 소리가 나기만을 기다립니다.


자전거로 몸을 덥히는 과정 다음은 온몸 스트레칭 차례입니다. 퀸 사이즈 침대만한 매트 위에서 걸려있는 사진을 참고해서 관절과 근육을 풀어줍니다. 첫날 스트레칭 자세 봐주던 트레이너 총각이 유연성은 아주 대단하다고 칭찬해줬습니다. 제가 본래 한 유연성 하지요. 똑바로 서서 앞으로 허리 굽히면 가슴과 다리가 착 달라붙는 정도는 되거든요. (자랑거리 참 없습니다;;) 아무튼 스트레칭 시원하게 하고나면 드디어 힘쓰는 단계로 접어들게 됩니다.


첫 종목은 벤치 프레스. 긴 의자에 등을 대고 자빠져서 역기(요즘은 바벨이라 부르는 것이 대세인가 봅니다)를 하늘을 향해 번쩍 쳐드는 동작이지요. 가슴 근육을 발달시켜준다네요. 10kg 짜리 쇳덩어리를 양쪽에 끼우고 하는데 봉의 무게가 대략 10kg 정도라고 하니 30kg를 들어올리는 셈이지요. 열번 쳐들고 1분 쉬고 또 열번 쳐들고 1분 쉬고 또 열번 쳐들면 끝납니다. 요걸 그 동네 용어로 10회 3세트라고 하나봅니다. 트레이너가 말하기를 세번째 세트의 마지막 한두개는 젖먹던 힘을 다해야 간신히 올릴 정도의 무게로 운동해야 최적이랍니다. 근데 저의 경우 30kg로 하면 막판에도 힘이 아주 조금 남습니다. 하지만 당분간 무게 올릴 생각은 없습니다. 만약 못들면? 쇳덩이에 깔리겠지요? 그럼 아프겠지요? 그래서 막판에 힘이 넉넉히 남을 정도로 근력이 향상될 시점까지는 살살하려고;;;


다음은 '팩덱 플라이'라는 기계로 하는 운동입니다. 의자에 앉아서 └ ! ┘ 요런 자세로 시작, 팔꿈치를 가슴 앞으로 모아주면 도르래에 케이블로 연결된 쇳덩어리들이 딸려 올라옵니다. 가슴에 힘이 들어가야 한다니, 이것도 흉근을 발달시키는 종목인가봅니다. 요것도 10회 3세트, 역시 30kg 무게로 하고 있습니다. 요건 막판에 젖먹던 힘을 다해야 갯수 채워집니다. 기계라 쇳덩이에 깔릴 걱정이 없으니 맘 편히 최적 무게로 하고 있는거죠.


세번째는 어깨 운동인데 역시 기계로 합니다. 의자에 앉아서 위 그림과 비슷한 자세로 손잡이 잡고 팔을 쭉 펴서 공중으로 번쩍 쳐들어줍니다. 굽혔다가 또 쳐들고, 또 팔을 굽히고 쳐들고, 점점 어깨가 뻑적지근... 역시 10회 3세트 30kg. 요거랑 같은 효과를 주는 운동이 역기를 어깨 높이에서 공중으로 쳐드는 '밀리터리 프레스'라고 합디다. 첫날 트레이너가 기계로 할래 바벨(역기)로 할래 묻기에 기계로 한다고 그랬습니다. 이유는 물론 역기들다가 어디 삐끗할까 겁나서...

이어서 아령(덤벨이라고 부르데요, 왜 우리말 두고 영어를 쓰는지..) 양 손에 하나씩 들고 날갯짓하듯이 팔 옆으로 쳐들기, 10회 3세트. 처음에 5kg 짜리 아령으로 했더니만 어깨에 쥐가 나려고 하기에 4kg로 바꿨습니다. 그래도 세트 마치고 나면 어깨쭉지가 그냥 얼얼합니다.


다음은 등짝 운동 차례입니다. 먼저 '랫풀 다운'이라는 놈을 해줍니다. 의자에 앉아서 위에 매달린 작대기를 만세부르는 자세로 잡고 끌어당기면 쇳덩이가 딸려 올라오는 기구입니다. 턱걸이랑 비슷한데 몸이 올라가는 대신에 팔이 내려온다고 보면 되겠더군요. 광배근(겨드랑이 뒷쪽에 있는 놈)을 발달시켜 준다네요. 팔힘으로 당기면 안되고 광배근에 집중해서 운동해야 효과가 있다면서 자세를 요모조모 설명해주기는 했는데 말처럼 쉽지가 않더군요. 25kg 무게로 10회 3세트.

이어서 노젓기 비슷한 기구로 등 운동을 하나 더 합니다. 앉아서 앞으로 나란히 자세로 손잡이 잡고 팔을 굽히면서 뒤로 당깁니다. 이거 잘 하면 등판이 넓어진다네요. 등판 넓어지고 싶어서 영차영차 열심히 합니다. 역시 25kg 10회 3세트.


이쯤 되면 대충 힘이 좀 빠져서 고만하고 싶어지는데 아직 갈길이 좀 멉니다. 물 한잔 마시고 쉬면서 기운을 좀 차린 후에 팔운동에 돌입합니다. 이두근(이른바 알통) 운동과 삼두근(윗팔 바깥쪽 근육) 운동 차례죠. 앞의 운동에서 팔을 어느정도 운동시켰기에 근육당 한가지씩만 하라더군요. 매우 다행이죠. 아령들고 팔을 굽혔다 폈다 해주는 운동으로 이두근 고생시키고, 팔꿈치를 옆구리에 붙인 자세로 눈높이에 있는 작대기 잡고 팔을 아래로 펴주면 쇳덩이 딸려 올라오는 기구로 삼두근을 고생시킵니다. 10회 3세트. 아령 무게는 7kg, 쇳덩어리 무게는 30kg.


다음은 '스쿼트'라는 다리 운동 차례입니다. 트레이너에 의하면 다리 운동의 제왕이라더군요. 역기를 어깨 뒤에 걸머지고 쪼그리고 앉았다가 일어났다가 하는 것이 정석인데, 효과가 뛰어난 대신에 자세가 나쁘면 허리 작살나기 딱 좋다면서 겁부터 줬습니다. 게다가 스쿼트를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장비를 구비해놓지 못했으니 안전하게 아령을 들고 하라더군요. 다리를 어깨 넓이로 벌리고, 허리는 약간 뒤로 제쳐서 꼿꼿하게 해주고, 엉덩이를 뒤로 빼면서 의자에 앉듯이 다리를 굽히되 무릎이 발끝 앞으로 나가지 않도록 신경쓰고, 허벅지와 땅이 평행이 될만큼 주저앉았으면 발꿈치에 힘을 주면서 땅을 박차고 일어서라.. 참 신경쓸 곳이 많기도 합니다. 10kg 아령 양 손에 하나씩 들고서 하는데 요건 한세트 10회가 아니고 무려 20회씩 3세트 하랍니다. 이건 노가다도 아니고 완전 벌받는 기분입니다. 온몸에 땀이 삐질삐질, 호흡도 가쁘고, 허벅지는 찢어질 듯 아프고, 아령 든 팔도 아프고, 아령 쥔 손아귀도 아프고...


아직도 안끝났습니다. 복근 운동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누워서 엉덩이가 벤치에서 떨어질 때까지 다리 쳐들었다가 다시 내리는 아랫배 운동 무려 50개, 팔을 가슴위에 포개 얹고 상반신을 일으켰다가 어깨가 바닥에 닿기 직전까지만 내리고 다시 올리며 윗배를 쥐어짜는 운동 무려 50개. 드디어 끝.


몸풀어주는 스트레칭 간략히 하고, 런닝 머신에 올라 시속 6킬로 정도의 속도로 걷기를 시작합니다. 이거 너무 많이하면 살이 더 빠질지도 모르니 20분만 하라더군요. 처음 걷기 시작하면 몸에 힘이 빠져선지 다리도 무겁고 꽤 힘든데 한 5분 걷다보면 신기하게도 여기저기 쑤시던 곳이 슬그머니 풀리면서 약간 나른한 느낌이 찾아오고 아주 기분좋은 상태가 되더군요. 땀을 쭉 빼며 걷다보면 어느새 20분이 후딱 지나갑니다. 한 10분 더 걷고싶다는 생각이 새록새록 고개를 쳐듭니다만 살빠진다는 위협을 떠올리며 머신에서 내려옵니다. 걸으면서 맛보는 십여분 정도의 묘한 쾌감을 위해 그토록 근육을 고생시키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하면서요.


샤워 시설도 있기는 한데 그냥 집으로 돌아옵니다. 샤워장이 좀 썰렁해서 감기들기 딱 좋겠더라고요. 그럼 안씻냐고요? 물론 아니죠. 집에 돌아와 샤워해줍니다. 팔이 뻐근해서 머리 감고 비누칠 하기가 좀 힘들어요. 씻고 나면 무지하게 배고픕니다.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꼭 보충해줘야 한다는 지침을 따라 이것저것 먹어주죠.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기분...


써놓고 보니 길기만 길고 별 재미도 없네요. 가볍디 가벼운 무게로 운동하면서 뭔 대단한 훈련이나 하는 듯 티내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왠지 좀 쑥스러워지는데 이왕 썼으니 그냥 올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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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04 11:14 2008/01/04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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