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문 깨치고 훈장질
[2007년 1월 8일 작성]
'천자문 깨친 놈이 훈장질하려 든다'
예전에 한문 공부하던 시절에 주워들은 속담입니다.
속담 사전이나 모음집 등에 실려있지 않은 것을 보면 널리 쓰이는 속담은 아닌 모양입니다.
어쩌면 한문 공부하는 동네에서만 알려진 것인지도 모르겠고요.
이 속담은 '천박한 지식을 가지고 자기가 대단한 지식을 가진 듯 착각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죠.
즉, 조금 배웠다고 아는척 심하게 하는 사람을 뒤에서 씹을 때 써주면 안성맞춤입니다.
면전에서 써도 되기는 하는데, 그러려면 당사자랑 대판 싸울 각오 정도는 해야겠죠.
만약 당사자가 아랫사람이고, 그를 훈계하려고 쓴다면 싸울 각오가 필요없겠군요.
하지만 듣는 사람 기분은 꽤 더러울테고, 원한을 품을지도 모르니 웬만하면 면전에선 안하는 게 낫겠죠.
천자문 깨치고 훈장질하려는 부류는 충고나 훈계를 고맙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류와 대충 겹칩니다.
인터넷 덕에 지식 얻기가 수월해지고부터 얄팍한 지식을 가지고 행세하는 양반들도 많아진 듯해요.
실제 경험이나 경력도 얼마 안되면서 그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듯 착각하는 분들도 다수 보이고요.
또 나름대로 똑똑하다고 자타가 인정하는 친구들 중에 아직 좀 어설프고 깊이도 모자란
사색의 결과를 가지고서 마치 대단한 진리를 깨달은 것으로 오해하는 친구들도 더러 있고요.
지식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나 자신의 성과에 대한 만족은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한 발자국 더 발전하는 데에는 그다지 도움이 안되는 것도 사실이지요.
진짜 고수는 고수티를 안내고, 아무데서나 칼을 빼들지 않지요.
어느 순간, 반드시 칼을 써야할 때가 닥치면 그제서야 일검을 휘둘러 상대를 제압하는 법.
내가 얼마나 알고 얼마나 역량이 있는지를 재는 것보다는 자신의 모자람을 헤아리는 것이
바로 진정한 고수가 되는 지름길이 아닐까합니다.
천자문 깨친 다음엔 사서(四書)도 읽고, 그 다음엔 오경(五經)도 또 읽어야지요.
훈장 노릇은 그 이후에 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처음에 이 글을 왜 쓰려고 했는지 쓰다보니 까먹고 말았습니다.
시작할 때의 구상과는 많이 달라진 듯하고, 그러다보니 글이 영 무게중심이 없어진 느낌입니다.
아마도 글 쓰면서 행을 바꾸는데 신경을 쓰느라 그리 된 듯;;;
벽헌
2008/01/04 11:15
2008/01/04 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