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 30일 작성]
오늘은 동생이 아침에 게으름을 피운 덕분에 8시 좀 넘어서 운동을 하러 갔습니다.
그 시간대에도 사람은 별로 없더군요. 대학생같이 보이는 젊은 친구가 하나, 약간 비대한 몸집의 30대 아저씨 하나, 그리고 저와 제 동생, 요렇게 넷이 전부였지요. 한 이십분 동안은 조용하고 쾌적한 환경이었습니다.
8시 반이 지나니 갑자기 아주머니들이 속속 입장하기 시작하더군요. 30대에서 50대에 걸친 다양한 연령대의 아주머니들이 순식간에 칠팔명 모여들었습니다. 진동 마사지 기구(일명 덜덜이) 및 런닝 머신 등 아주머니들이 선호하는 운동 기구가 빈틈없이 채워지고, 나직한 가요 소리만 흐르던 체육관이 갑자기 떠들썩, 활기를 띄기 시작합니다.
십여분 더 지나니 아주머니 숫자는 열댓에 가까워집니다. 인스탄트 커피 한잔씩 타서 들고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입운동에 매진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TV마다 드라마 채널이 틀어지고, 웃음 소리며 탄성 소리들이 간간히 들려오며 집중력을 흩어지게 합니다. 먼저 다니던 곳에 비해서 음악 소리가 작은데다가 새벽엔 손님도 몇 없어서 지루한 유산소 운동을 할 때만 MP3 플레이어로 음악을 듣고 있는데,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라커에서 플레이어를 꺼내어 귀를 막아야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퍼뜩 듭니다.
제 동생이 좀 난감한 표정으로 제게 다가오더니 웨이트는 한바퀴 다 돌았고 유산소를 할 차례인데 런닝 머신에 빈자리가 없다고 투덜댑니다. 아침에 늑장을 부린 것은 내가 아니라고 말했더니 눈을 하얗게 흘깁니다.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닌데 왜 눈을 흘기는지 모르겠습니다. 자전거나 좀 타고 끝내라고 권했지만 다리 굵어질까봐 싫다며 그냥 먼저 가겠답니다.
아주머니들은 역기나 아령 근처에는 얼씬도 안했으므로 제가 하는 운동엔 아무 지장이 없어 다행입니다. 다만 약간 소란스러울 뿐인데, 어느새 관장님이 음악의 볼륨을 높여놓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작전을 구사하신 덕택에 그런대로 견딜만은 해졌습니다. 요즘 가슴 운동 마무리로 3세트 해주고 있는 덤벨 프레스를 할 차례가 되었습니다. 15kg 중량의 아령을 쥐고 벤치에 드러누워 운동을 시작합니다. 첫세트 12개, 두번째 세트도 무난히 12개 성공, 한숨 돌리고 마지막 3세트에 돌입합니다. 7회째 들어올리는 순간 음악 소리를 뚫고 엄청난 데시벨의 웃음 소리가 고막을 때립니다.
순간 놀라서 힘이 쪽 빠져버렸고, 자칫하면 덤벨을 놓칠뻔했습니다. 반사적으로 손잡이를 꽉 틀어쥐어 떨어뜨리지는 않았는데 왼쪽 팔꿈치에 경미한 통증이 느껴집니다. 얼른 아령을 내려놓고 일어나 앉아서 팔꿈치를 몇차례 굽혔다 폈다 해보며 소음의 진원지를 바라봅니다. 덜덜이 근처에 모여앉은 아주머니들이 주범입니다. 폭소의 여파는 이때까지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 무리 속에 코미디언 뺨치는 실력의 만담가가 있는 모양입니다. 다행스럽게도 팔꿈치엔 별다른 이상이 없는 듯싶고, '좀 조용히 합시다' 따위의 말을 했다가는 본전도 못찾을 것이 두려워서 잠자코 있기로 결정합니다.
물 한잔 마시고, 다음 차례인 팔운동을 위해 아령을 고르면서 오늘의 삼두 운동은 좀 가볍고 간단히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습니다. 예전에 한창 날리던 가수인 '나미'의 노래 '빙글빙글'이 흘러나옵니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지~♬' 만담가 아주머니가 따라 부릅니다. '그저 눈치만 보고 있지~♬♬' 노래도 잘합니다. 아주머니 두엇이 합세하여 부릅니다. '그저 속만 태우고 있지~~♬' 키득키득.. 웃기면서도 재미있어서 운동을 못할 지경입니다.
요거 헬스 클럽의 비매너가 맞는 듯은 한데, 왠지 그다지 짜증스럽지는 않습니다. 아주머니들이 아침 차려서 남편이랑 아이들 먹이고, 출근이며 등교 배웅하고 나서 헬스 클럽에 모여서 운동하며 놀며 스트레스도 해소하는 것, 이해해줄만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운동이라는 것이 건강을 위해서 하는 일이고, 건강엔 스트레스 해소도 아주 중요하지 않습니까. 좀 지나치게 소란해서 문제기는 하지만요..
아무튼 잠시후 관장님이 나서서 뭐라고 한소리를 하시는 바람에 노래 공연은 중단되었습니다. 관장님 연세가 아주 지긋하신데다가, 아주머니들도 영 경우가 없는 양반들은 아닌 모양인지 말발이 잘 먹히네요. 모여서 놀던 분들이 각자 자기들 운동하러 흩어지고, 저도 남은 팔운동을 그럭저럭 잘 마쳤습니다.
저 역시 런닝 머신은 빈자리를 찾지 못했고, 대신 고정 자전거 20분 밟는 것으로 유산소 운동 마치고 귀가했습니다. 오늘 운동에 크게 차질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다음번에 동생이 또 늑장을 부리면 저 혼자라도 새벽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요..
아참, 오늘 벤치 프레스 50kg 중량에 도전해봤습니다. 물론 조용할 때죠. 3세트 실시했는데 각각 8회, 8회, 7회 들어올렸고, 깔리지도 않았네요. 대충 4주만에 무게가 5kg 늘었으면 그럭저럭 괜찮은 발전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