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변소, 뒷간
[2007년 6월 29일 작성]
'화장실(化粧室)'이라는 낱말이 언제부터 쓰이기 시작했는지 아시는 분 계신가요?
제가 어렸을 적에는 '변소(便所)'가 '용변을 보는 곳'의 대표격인 낱말이었던 듯한데, 언제부턴가 '화장실'이 슬그머니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지요.
한자로 놓고 보면 화장실보다는 변소가 용도에 걸맞는 이름인 것은 분명합니다. 화장실에서 주로 하는 용무가 '화장'은 결코 아니잖아요..
아무튼 요즘엔 분명 '화장실'이 대세.
공공 건물이나 갖가지 점포들이며 거의 대부분이 '화장실'이라 표기를 해놓았지요.
또 남들에게 이야기를 할 때도 보통 '화장실에 다녀올게요', '화장실이 어딥니까?' 따위로 말을 하지요.
어느새 '변소'는 좀 상스럽고 천박한 낱말로 격하되어버린 느낌이에요.
세월이 좀 흐른 뒤에는 아예 쓰이지 않는 말이 되어 잊혀질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불쌍한 신세가 되어버린 '변소'에 삼가 위로를......
더 오래 전에는 '뒷간'이라는, 왠지 정감있게 들리는 낱말도 많이 쓰였던 듯합니다.
용변보는 일을 '뒤를 본다'라고 완곡하게 말하기도 했는데, 뒷간이 바로 여기서 나온 말이겠죠.
물론 요즘엔 '변소'보다도 더 접하기 어려운 말이죠.
'뒷간에 갈 적 맘 다르고 올 적 맘 다르다'는 속담에서나 볼 수 있을까요.
그러고보면 이 속담도 '화장실에 갈 적 맘 다르고 올 적 맘 다르다'로 바뀔 날도 머지 않은 듯.
뒷간과 같은 구조로 된 낱말로 '곳간', '헛간' 등이 있습니다.
우리네 가옥이 한식에서 서양식으로 바뀌어가면서 헛간과 곳간은 사라져버렸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장소인 '뒷간'은 꿋꿋이 살아남았죠.
다만 그 명칭이 '화장실'이라는 족보없는 놈으로 바뀌었을 뿐.
벽헌
2008/01/04 11:40
2008/01/04 1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