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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적벽부(赤壁賦) - 소식(蘇軾) (9)  - 2008/01/21
예전에 운영하던 홈페이지에 올렸던 글 중에서 소동파의 적벽부를 번역해 놓은 것을 옮겨 올려봅니다.
그 홈페이지의 여러 글 중에서 가장 조회수가 많았습니다. 무려 오천이 넘어갔는데 워낙 유명한 문장이라 검색으로 찾는 분이 많았기 때문이라 짐작이 됩니다. 번역은 거의 직역에 가깝게 했습니다. 의역을 하면 읽기에는 부드럽지만 옛글이 풍기는 고풍스런 맛은 많이 희미해지지요. 그렇다고 제가 원문의 기막힌 격조를 제대로 살려 번역했다는 얘기는 물론 아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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壬戌之秋 七月旣望 蘇子與客 泛舟遊於赤壁之下 淸風徐來 水波不興 擧酒屬客 誦明月之詩 歌窈窕之章 少焉 月出於東山之上 徘徊於斗牛之間 白露橫江 水光接天 縱一葦之所如 凌萬頃之茫然 浩浩乎 如憑虛御風 而不知其所知 飄飄乎 如遺世獨立 羽化而登仙

임술년 가을 칠월 십육일에 나는 손님들과 더불어 적벽 아래에 배를 띄우고 놀았다. 맑은 바람이 천천히 불고 물결도 일지 않았다. 술을 들어 손님에게 권하며 명월의 시를 읊고 요조의 장을 노래하였다. 잠시 후 달이 동쪽 산위에서 나와 북두성과 견우성 사이를 배회하였다. 흰 이슬은 강에 빗기고 물빛은 하늘과 닿았는데, 한 척 갈대와 같은 배를 멋대로 가게 하며 만 이랑의 물결을 헤쳐가니 넓고넓기가 바람을 타고 허공에 노니는 듯하여 어디인지 알지 못하겠고, 나붓나붓하기가 세상을 버리고 홀로 서서 날개를 달고 신선이 되어 날아오르는 것 같았다.
(旣望은 보름 다음날, 즉 16일입니다. 蘇子는 소동파 자신을 칭하는 것입니다. 명월의 시, 요조의 장은 시경(詩經)에 수록된 시 중 하나입니다.)

於是飮酒樂甚  扣舷而歌之 歌曰 桂櫂兮蘭漿 擊空明兮泝流光 渺渺兮予懷 望美人兮天一方 客有吹洞簫者 倚歌而和之 其聲嗚嗚然 如怨如慕 如泣如訴 餘音嫋嫋  不節如縷 舞幽壑之潛蛟 泣孤舟之嫠婦
이러다보니 술을 마시고 매우 기분이 좋아져 뱃전을 두들기며 노래하였다. '계수나무 노와 목란 상앗대로다, 하늘의 달을 두드리며 빛을 거슬러 오르도다, 아득하구나 내 생각이여, 미인을 바라보네 하늘 한 방향으로' 손님 중에 퉁소를 부는 사람이 있어 노래에 의지하여 화답하였는데, 그 소리가 너무 서글퍼 원망하는 듯 사모하는 듯 우는 듯 하소연하는 듯 여음이 가늘고 가늘게 실처럼 끊어지지 않으니 깊은 곳의 교룡을 춤추게하고 외로운 배의 과부를 울음짓게 할 듯 하였다.
(하늘의 달을 두드리며 빛을 거슬러 오른다는 것은 달이 비친 물을 저으며 나아간다는 것을 표현한 것인데, 아주 절묘하기가 이를 데 없습니다.)
참고 : 蘭漿(목란으로 만든 상앗대)에서 漿은 將 아래에 木이 있는 한자인데 입력기의 확장한자에도 없는 글자입니다. 별 수 없이 가장 비슷하게 생긴 미음 장(漿)자를 넣었습니다.

蘇子楸然正襟 危座而問客曰 何爲其然也 客曰 月明星稀 烏鵲南飛 此非曹孟德之詩乎 西望夏口 東望武昌 山川相繆 鬱乎蒼蒼 此非孟德之困於周郞者乎 方其破荊州 下江陵 順流而東也  舳艫千里 旌旗蔽空  釃酒臨江 橫槊賦詩 固一世之雄也 而今安在哉 況吾與子 漁樵於江渚之上 侶魚蝦而友麋麓 駕一葉之輕舟 擧匏樽 以相屬 寄蜉蚴於天地 渺滄海之一粟 哀吾生之須臾 羨長江之蕪窮 挾飛仙以遨遊 抱明月而長終 知不可乎驟得 託遺響於悲風
내가 근심스레 옷깃을 바로하고 곧게 앉아 손에게 어찌 그러한가를 물었다. 손이 말하였다. '달은 밝고 별은 희미한데 까마귀와 까치는 남쪽으로 날아간다'고 하였으니, 이것은 조맹덕의 시가 아니겠소? 서쪽으로 하구를 바라보고 동쪽으로 무창을 바라보니 산천이 서로 얽혀있어 울울창창하니 여기는 조조가 주유에게 곤란을 당한 곳이 아니오? 바야흐로 형주를 격파하고 강릉을 떨어뜨리고 물결을 따라  동쪽으로 가니 배들이 천리를 이었고 깃발들이 하늘을 가렸다오. 술을 걸러 강에 임하여 창을 빗겨들고 시를 읊으니 진실로 일세의 영웅이었소. 그러나 지금 어디에 있소이까? 하물며 나와 그대는 강가에서 고기잡고 나무하며 물고기 새우와 짝하고 사슴과 고라니와 벗하며 한 잎의 가벼운 배를 타고서 술동이를 들어 서로 권하며 하루살이와 같이 천지간에 기대니 아득한 너른 바다에 좁쌀 한톨과 같구려. 우리 삶의 수유와 같음을 슬퍼하고 장강의 끊임없음을 부러워함이오. 날아가는 신선을 끼고 즐겁게 노닐며 밝은 달을 품고 길이 마치는 것은 쉽게 얻을 수 없음을 알기에 슬픈 바람에 소리를 실어서 의탁하여 본 것이외다.
(손님이 인용한 시는 조조의 시 중 일절입니다. 맹덕은 조조의 자(字), 주유에게 곤란을 당했다는 것은 유명한 적벽대전에서 패하여 달아난 것을 뜻합니다.)
참고 : 寄蜉蚴於天地에서 蚴(유)는 幼 대신 斿가 들어가야 맞습니다. 역시 입력이 안되는 글자라 대체.

蘇子曰 客亦知夫水與月乎 逝者如斯 而未嘗往也 盈虛者如彼 而卒莫消長也 蓋將自其變者而觀之 則天地曾不能以一瞬 自其不變自以觀之 則物與我皆無盡也 而又何羨乎 且夫天地之間 物各有主 苟非吾之所有 雖一毫而莫取 惟江上之淸風 與山間之明月 而得之而爲聲 目遇之而成色 取之無禁 用之不竭 是造物者之無盡臟也 而吾與子之所共適
내가 말하였다. 그대도 저 물과 달을 알지 않는가. 흘러감이 이와 같지만 일찌기 돌아온 적이 없었고 차고 비는 것이 저와 같지만 끝내 줄고 늘어남은 없는 것이오. 변하는 것으로 살펴보자면 천지에 한 순간이 아닌 것이 없으며, 변하지 않는 것으로 바라보자면 사물과 내가 모두 다함이 없는 것이오. 그러니 또 무엇을 부러워하리오. 또한 천지간에 사물은 각기 주인이 있어서 진실로 내 소유가 아니라면 비록 터럭 하나라도 취하지 않아야하나, 오직 강위의 맑은 바람과 산 사이의 밝은 달은 그것을 얻으면 소리가 되고 눈으로 마주치면 색을 이루는 것이요, 취하는 것을 금하지도 않고 써도 마르지가 않으니 이는 조물주가 다함이 없도록 갈무리해놓은 것이라오. 그러니 나와 그대가 함께 누리면 되는 것이외다.

客喜而笑 洗盞更酌 肴核旣盡 杯盤狼藉 相與枕藉乎舟中 不知東方之旣白
손이 기뻐하며 웃기에. 잔을 씻어서 다시 대작하니, 안주가 이미 다하고 잔과 그릇들이 어지러이 흩어지는 것이었다. 서로 배 안에서 베고 누우니 동쪽이 이미 희게 밝아오는 것도 알지 못하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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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부터는 먼저의 글에는 없는 부분으로, 옮기면서 보태어 적는 것입니다.

소식의 적벽부는 얼핏 보면 산문인 듯하지만, 제목의 부(賦)가 말해주듯이 운문의 일종입니다. 시(詩)에 가까운 글이고, 그래서 운율이며 댓구 등이 정형적으로 베풀어져있고 수식이 아주 현란하고 아름답습니다. 소리내서 읽으면 매우 운치가 있지요. 게다가 문장만 아름다운 것을 넘어서서 글의 의미도 참으로 낭만적이고 멋들어집니다.

달밝은 초가을날 밤에 적벽 아래에서 친구들과 뱃놀이를 하며 술마시고 노래부르고 놀고 있는데, 한 친구가 조조의 일화를 기억해내고 인생의 덧없음을 서글퍼하며 수심에 잠깁니다. 대자연의 장구함에 비한다면 조조와 같은 영웅의 일생도 보잘것없는 순간에 불과한데 자신과 같은 존재는 그저 하루살이에 불과하다는 탄식을 하죠. 덕분에 술자리 분위기가 무거워졌던 모양입니다. 소동파가 시무룩해진 친구를 위로합니다. 영원히 흐르는 듯한 강물도 길이길이 빛날 듯한 달님도 결국엔 영원불멸은 아닌 것이며, 이 순간에 존재한다는 면에서는 대자연이건 인간이건 매한가지, 그러니 지금 이 즐거운 순간을 기꺼이 누리면 그것으로 족하다. 내가 없으면 강이고 달이고 자연이고 뭐고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내가 존재함으로써 자연도 나와 함께하는 것이니 유한이니 무한이니 따지지 말고 그저 이 순간을 누리며 즐기도록 하자, 뭐 이런 의미가 아니겠습니까. 제 마음에 꼭 들어맞는 이야기입니다.

내가 존재하여야 바야흐로 우주만물도 존재한다. 내가 존재하지 않아도 우주만물은 아마 존재하겠지만, 이미 내게는 아무 의미도 없는 존재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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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스크라reply | del   2008/01/21 14:42
    일체유심조...인가요?
    화엄경이 언듯언듯 생각나네요^^
    • 벽헌del   2008/01/21 16:15
      세상 만사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은 진리에 가깝다는 것은 분명하지 싶어요. 그런데 그 마음먹기가 뜻대로 안되어 힘드니 문제죠;;
  2. 이스크라reply | del   2008/01/21 17:05
    그 말씀 또한 진리에 가깝네요^^
    마음먹기 나름인데 왜 이렇게 마음먹기가 힘든가...
    나름 풍파가 많은 시간들을 지나고 있는지라 한숨만 깊어집니다.
    • 벽헌del   2008/01/22 13:43
      눈이 오고, 날씨가 궂어서 그런지 제 기분도 축축합니다.
      눈이 그치고 바람이 잦아들면 개인 날이 오겠지요..
  3. 에드reply | del   2008/01/23 15:42
    아... 이런 내용이었네요...
    즐기는 내가 있기에 즐거운 인생도 있다라고 들려요...
    소동파는 참 멋스러운 사람이었군요~~~

    (예전 벽헌님이 토지의 한대목을 옮겨 적은 적이 있는데 마침 읽은 적이 있어 그 마음이 (읽을때의 내마음과 같이) 고스란히 알게되어지던데 위의 글중 삼국지를 읽어보지 못해 (설명을 하기전까진) 그 마음을 알지 못하였답니다... 국민정서라는게 정말 있는거구나....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한문을 알려면 많은 책을 읽어야 하는거구나... 생각이 들었답니다~ ^^)
    • 벽헌del   2008/01/23 16:49
      즐기는 내가 있기에 즐거운 인생도 있다, 제 느낌이랑 똑같습니다. ㅎㅎ
      그리고 한문을 알려면 많은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한문을 읽다보면 그 계통으로 주워듣는 풍월이 저절로 많아지고 관련된 책들을 어쩔 도리없이 읽어보게끔 되는 듯해요...
  4. 이후reply | del   2008/01/24 02:29
    이 글 읽고 잊을 수 없는 강과 잊지 못하는 밤이 생각났어요.
    • 벽헌del   2008/01/27 15:21
      그 이야기를 저도 듣고싶어요...
  5. 육담reply | del   2008/02/04 19:14
    말로만 들었는데 정말 멋지구만요.

    무소유,유아독존을 말하는 법문 같기도 하고 말이죠